소문난 돼지갈비 집 가보니, 추억의 맛과 함께 계속 진화하는 돼지갈비 맛 공존

머니투데이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2012.03.2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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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매거진] '파워 블로거와 함께 하는 맛 기행 / 돼지갈비 3선'

명실상부한 서민의 음식으로 자리매김한 음식인 돼지갈비, 식구나 동료들과 여럿이 함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고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아 친숙해진 음식이다.

소갈비처럼 귀족적이지 않으면서도 ‘고기 반열’에 드는 음식이어서 고깃집에서 일반 대중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는 메뉴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 일원에서 맛있고 개성 있는 돼지갈비 식당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 갈빗집 세 곳을 파워 블로거인 건다운(http://blog.yahoo.com/gundown), 토마스(http://blog.naver.com/alex514), 케빈(http://blog.naver.com/melburne)과 함께 그 맛을 보기 위해 다녀왔다.

◇ 돼지갈비 맛과 질은 국내 최고 수준, 성장 잠재력 커
경기도 고양시 '화동갈비'

'화동갈비'는 아직 고기 식당으로서 메이저급은 아니다.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국내 메이저급 고기 집으로 우뚝 설 자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이번 맛 기행을 통해 돼지갈비의 육질, 양념, 그릴링, 커팅, 찬류 구성 등에서 뚜렷한 성장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집의 가장 큰 강점은 나무랄 데 없는 갈비의 질과 맛이다. 석쇠 위에서 익은 고기를 입에 넣어보면 고기가 너무 달지도 않고 짜지도 않으면서 혀에 짝짝 달라붙는다. 맛이 센 기존 돼지갈비와는 사뭇 다르다. 조금 양을 늘려 먹어도 뱃속이 편안하다.

돼지갈비는 1인분 250g에 1만1000원인데 순한 맛과 매운 맛 두 종류가 있다.
예전, 류경선 대표가 조리장으로 근무했던 시절에 독학으로 연구한 고기양념 비법을 자신의 식당 실무에 적용하여 세련된 돼지갈비 맛을 낸다.

양념에는 염도가 중요하다. 류 대표는 대략 물과 간장 원액의 비율을 5:1 정도로 맞춰 간을 조정하고 이 간이 양념과 조화를 이루면서 고기 맛을 이끌어나간다.
소문난 돼지갈비 집 가보니, 추억의 맛과 함께 계속 진화하는 돼지갈비 맛 공존


돼지갈비를 먹으면 너무 강한 단맛에 금방 실증을 느끼는 손님이 많은데 '황가설등심'에서는 인공 감미료보다 과일이나 단맛을 내는 천연재료를 주로 사용, 간접적인 방법으로 단맛을 내기 때문에 그 맛이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익은 고기의 맛을 한층 돋궈주는 구실을 한다.


고기는 간을 잘 맞춘 양념에 재어 24시간 정도 숙성시켰다가 내어오는데 소갈비와 견주어도 될 정도로 육질이 아주 부드럽다. 좋은 맛을 내려면 좋은 고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류 대표의 평소 지론이다. 그래서 그는 돼지고기의 원종, 원산지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없이 고기를 고른다.

양질의 참숯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타거나 눌어붙지 않는 특수합금 석쇠와 황동 화로는 돼지갈비를 최상의 상태에서 완벽하게 구워내는데 매우 요긴한 설비들이다. 약간 각도를 주어 눕혀서 칼집을 냈기 때문에 고기를 구울 때 늘어지지 않고 표면이 매끄러워 입 안에서 고기의 감촉이 부드럽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버섯탕수와 함께 내오는 밑반찬도 고깃집으로서는 매우 우수하다. 은은한 곰취 향이 감도는 곰취쌈과 새콤달콤하게 무친 가시오가피 피클이 돼지갈비 맛을 한층 든든하게 받쳐준다.

◇ ‘벽제갈비’의 이름값에 걸맞은 가격과 품질의 돼지갈비
서울 방이동 '봉피양-방이점'

우등생이 100점 받아왔다고 해서 칭찬해주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봉피앙은 벽제갈비의 제 2브랜드답게 최고의 가격과 최고의 질을 추구한다. 결과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봉피양-방이점'의 돼지갈비 메뉴로는 국내산 원육인 ‘돼지본갈비(270g, 2만2000원)가 있다. 듬성듬성 소갈비처럼 칼집을 낸 고기에 양념을 하고 24시간 숙성시킨 뒤 손님에게 내온다. 육질의 빼어남은 함께 했던 블로거들도 인정할만한 높은 수준이었고 돼지갈비의 핵심인 양념 맛도 흠잡을 데 없을 만큼 훌륭했다.
소문난 돼지갈비 집 가보니, 추억의 맛과 함께 계속 진화하는 돼지갈비 맛 공존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고깃집답게 화력이 좋은 양질의 참숯을 사용하고 밑반찬으로 나온 장아찌와 김치도 제구실을 다 하였다.

구이 과정에서 고기를 자른 뒤 석쇠 위에서 굽는 동안 종업원이 직접 쉼 없이 고기를 저어준다. 이렇게 하면 고기가 타지 않고 고객이 최적의 상태로 구워진 고기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대고객 서비스인데 고객입장에서는 덜 익거나 너무 탄 고기를 먹을 염려가 없어 좋다.

돼지갈비와 함께 싱싱하고 큼직한 생물 대하도 함께 나온다. 마치 짬뽕을 먹으면서 짜장면에 대한 미련을 접지 못하는 것처럼 돼지갈비를 먹으면서 다른 구이에 대한 아쉬움도 살짝 생기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이런 심리를 대하구이가 충족시켜준다.

원래 평양을 중심으로 한 관서지방에서는 예전부터 고기나 술을 먹은 뒤에는 마무리로 메밀 국수나 냉면을 먹는 이른바 ‘선주후면(또는 선육후면)’의 전통이 있었다. '봉피양-방이점'에서는 ‘벽제갈비’의 명성을 높인 바 있는 평양냉면을 돼지갈비를 먹은 후 함께 맛 볼 수 있다.(고기 먹은 후 맛보기 냉면은 7700원) 메밀 함량은 70%와 100%, 두 가지가 나온다.

봉피양의 평양냉면은 얼마 전에 다녀간 일본의 외식전문가들이 맛을 보고 일본에서 먹던 메밀 소바보다 오히려 윗길이라며 극찬을 한 바 있다. 뚜렷한 메밀 향과 담백한 냉면의 육수 맛은 평양냉면의 진수를 보여줄뿐더러 고기 먹은 뒤의 입가심으로 으뜸이다.

◇ 달달한 서민취향의 옛 맛 고스란히 간직한 돼지갈비
서울 성산동 '지산돼지갈비'

성산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지산돼지갈비'는 나판례(72) 씨가 40년 전부터 운영해온 전형적인 서민취향의 돼지갈비를 취급하고 있다. 오로지 돼지갈비(200g, 1만2000원) 단 한 가지 메뉴만 취급한다.

원래는 나 대표가 현재의 식당 근처에서 노점 포장마차로 처음 돼지갈비 장사를 했는데 음식 맛이 뛰어나 단골들을 확보하고 어느 정도 돈을 모으자 지금의 점포를 마련하고 정착하게 되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이 동네의 랜드마크 구실을 했던 식당 맞은편의 ‘지산병원’에서 ‘지산’이란 옥호를 따다 썼다.
소문난 돼지갈비 집 가보니, 추억의 맛과 함께 계속 진화하는 돼지갈비 맛 공존
퇴근 후 한 잔 하고자 들르는 직장인이 많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 집은 인근 주택가의 가족단위 고객층을 다수 거느리고 있다.

예전에 많은 사람들을 돼지갈비 중독자로 만든 일등공신인 캐러멜을 넣은 듯하다. 구울 때 캐러멜 향이 은근하게 나고 고기를 씹으면 단맛이 노골적으로 강한 편이다. 굳이 단 맛을 감추려고 하거나 완화시키지 않았다.

밑반찬도 상추와 고추, 파채와 마늘이 전부다. 원래 연탄을 넣었던 스테인리스 원통형 탁자까지 설비되어 있어, 70~80년대의 돼지갈비 집 분위기를 가장 잘 간직한 식당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이 오히려 충성도 높은 단골 고객을 만드는 요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코 싸구려 식당의 돼지갈비와는 차원이 다르다. 돼지갈비에 목살이나 등심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인 요즘 갈비 부위가 상대적으로 많고 고기의 질도 비교적 우수하다는 것이 블로거들의 중평이었다. 싸구려 소스에 담갔다가 꺼낸 저가의 돼지갈비들과는 차이를 보여 40년 내공이 헛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7순의 나 대표가 직접 고기를 맛있게 구워주는 모습도 마치 어머니의 정을 느끼게 해주는 듯해 정감이 갔다.

다만 열원이 열탄이란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돼지갈비를 굽는 데 크게 지장은 없었다. 고기 두께가 얇은 편이어서인지 칼집은 따로 내지 않았다. 공기밥(햇반)과 김치를 옆의 슈퍼에서 사다가 고기와 함께 먹을 수 있으며, 단골 고객들은 가족단위로 아예 집에서 밥과 김치를 가지고 와서 고기와 함께 먹기도 한다.

이 점 또한 이 집을 찾는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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