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휘발유값? 경유는 더 뛴다..휘발유의 92% 육박

머니투데이 류지민 기자 2012.03.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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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값 상대적 가파른 상승, 고유가 시기에 두드러져. "현실화" 목소리도

↑국내 휘발유와 경유가격 추이. 고유가 시기(`08년4~6월, `12년1~2월)일수록 두 가격 사이의 격차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자료=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 www.petronet.co.kr)↑국내 휘발유와 경유가격 추이. 고유가 시기(`08년4~6월, `12년1~2월)일수록 두 가격 사이의 격차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자료=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 www.petronet.co.kr)


경유가격의 상승세가 무섭다. 휘발유가격을 턱밑까지 쫒아와 위협하고 있다. 리터당 기름값이 2000원을 훌쩍 넘는 사상 초유의 고유가 위기를 맞아 석유제품들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경유가격은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14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 중인 경유의 평균 가격은 1852.31원으로 휘발유가격인 2027.46원의 91.4% 수준이다. 휘발유 대비 경유가격은 지난 2009년 3~5월에는 85% 수준을 유지하다 이후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싸고 연비 좋다'는 경유를 가리키는 수식어 가운데 이제 '싸다'는 표현은 옛말이 돼 버린 셈이다.



과거에는 경유가격이 휘발유가격을 역전했던 적도 있다. 월 평균 가격 기준으로 2008년 6월 주유소 판매 경유가격은 1910.28원으로 휘발유가격인 1906.80원을 뛰어넘었다. 당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던 시기였다. 이처럼 고유가 시기일수록 경유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국내 휘발유가 대비 경유가격. 두바이유가 140불을 돌파했던 2008년6월 경유가격은 휘발유가격을 뛰어넘었다. 기름값이 안정된 2009년 초 이래로 휘발유가격 대비 경유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자료=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 www.petronet.co.kr)↑국내 휘발유가 대비 경유가격. 두바이유가 140불을 돌파했던 2008년6월 경유가격은 휘발유가격을 뛰어넘었다. 기름값이 안정된 2009년 초 이래로 휘발유가격 대비 경유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자료=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 www.petronet.co.kr)
가장 큰 원인은 종량세로 부과되고 있는 현행 유류세 제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경유를 싸게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휘발유에 더 높은 세금을 매겨왔기 때문이다. 현재 휘발유의 유류세는 리터당 745원이고 경유는 528원이다(부가가치세 제외).



국내에서는 경유가 저렴한 기름으로 인식돼 있지만 국제유가를 살펴보면 경유가 휘발유보다 오히려 약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이래 국제 경유가격을 살펴보면 대체로 휘발유가격의 100~110%를 유지해 왔다. 유류세가 부과되기 전 국내 정유사의 세전 공급가는 국제유가와 유사해 경유가 휘발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가 높아질수록 기름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진다. 그만큼 휘발유보다 비싼 실제 경유 공급가의 특징이 국내유가에 반영될 여지가 많아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휘발유 공급가가 300원, 경유 공급가가 500원인 상황에서 정부가 유류세로 휘발유와 경유에 각각 700원과 400원을 부과해 국내유가를 휘발유 1000원, 경유 900원으로 조정했다고 가정해보자. 국제유가가 올라 휘발유와 경유의 공급가가 두 배로 뛰어 600원, 1000원이 됐다면 유류세을 더한 국내유가는 휘발유 1300원, 경유 1400원으로 가격이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올해부터 시행된 '바이오디젤의무혼합제'도 경유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원인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바이오디젤에 유류세 면세 혜택을 줬지만 올해부터는 이 혜택이 중단됐다. 이에 정유사는 올해부터 세금이 붙는 바이오디젤 2%를 의무적으로 경유에 섞어 판매해야 한다. 지식경제부는 이로 인해 경유의 생산원가가 리터당 11.63원가량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일부에서는 세제 개편을 통해 경유가격을 현실화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05년 제2차 에너지세제개편을 통해 100:85:50으로 조정했던 휘발유·경유·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의 소비자가격 비율이 더 이상 맞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휘발유의 75% 수준이던 경유가격을 유류세 조정을 통해 85%선으로 끌어올린 가장 큰 목적은 디젤승용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경유 사용 증가에 따른 환경오염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배기가스 처리기술의 발달로 최근 판매되는 디젤 차량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은 LPG 차량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됐다. 더욱이 경유가격이 휘발유가격의 92%수준까지 육박하면서 경유에 부과되는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처럼 경유와 휘발유가격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국내 디젤승용차 판매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의 전체 승용차 판매량에서 디젤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3.5%(1만2533대)에서 지난해 1.5%(6186대)로 2%포인트 떨어졌다. 기아자동차도 사정은 비슷하다. 디젤 모델의 비중이 2006년 11.1%에서 지난해 0.5%로 10.6%포인트 내려갔다.

경유가격 상승에 대해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 관계자는 "기름값은 계속 변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는 관점에 따라 (휘발유 가격과의) 비율이 바뀔 수 있다"며 "환경보호에 대한 기준이 계속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당시(제2차 에너지 세제개편)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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