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유럽 메이커들은 유럽 '안방시장'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몇년간 해외시장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도 대안시장으로서 북미는 물론이고 아시아 시장에서 전례없는 공세를 펼칠 전망이다.
◇유럽車 가격전쟁 심화..살기 위해 합종연횡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메이커들의 분석을 인용해, 유럽 자동차산업의 과잉설비 규모가 보수적으로 2교대를 기준 삼더라도 20%, 300만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르노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운용책임자(COO)는 3교대로 풀가동하는 것을 가정하면, 과잉 생산설비가 무려 1100만대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IMC-오토는 유럽 자동차 시장 위축과 과잉설비 문제로 인해 올해 유럽 자동차 설비가동률은 6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가동률이 80%는 돼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일 업체를 제외한 여타 유럽 메이커들의 적자 행진은 올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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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유럽 메이커들은 대안시장으로 북미와 아시아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비용절감을 위해 메이커간 합종연횡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특히 경쟁 우위인 독일 메이커에는 밀리고, 한국 등 아시아 메이커로부터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비(非) 독일 대중차 메이커들은 '합종연횡'에 매우 적극적이다.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프랑스 자동차업체 PSA 푸조·시트로엥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얼라이언스(동맹) 관계를 맺은 게 좋은 예다. 물론 GM도 유럽 사업부인 오펠이 심각한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양측은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의 피아트도 마쯔다와 스즈키 등 일본 업체와의 제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유럽차, 유럽 부진 상쇄하려 해외시장 공략 가속화
※ 출처: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그러나 올들어 독일 시장마저 성장세가 멈춰섰다. 지난 2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자동차 판매가 19~20% 가량 급감한 가운데 독일의 자동차 판매도 0.1% 줄었다. 이에 따라 유럽 메이커들은 내수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올 들어 해외시장 공략에 더욱 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
다행히 이머징 시장을 중심으로 고급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독일의 럭셔리 브랜드인 BMW는 지난 2월 사상 최대 월간 판매량(12만8000대)을 기록하기로 했다. 독일 고급차 브랜드 아우디도 해외 판매 신장을 통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프랑스의 대중차 메이커인 르노 역시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10년전 17%에 불과했던 비(非)유럽시장 판매 비중을 올해는 47%, 오는 2014년에는 5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처럼 유럽 자동차 시장 침체는 유럽 메이커들의 해외공략을 크게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달리 표현하면 유럽 자동차 시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아시아, 북미 등 비 유럽 해외 시장에서는 유럽차들이 생존 차원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임이 분명하다. 한국시장도 예외일 수는 없다.
앞서 한국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2009년 4.94%로 떨어진 이후 증가세로 전환해, 지난해에는 7.98%까지 상승했다. 유럽차의 판매가 급증한 점이 주된 배경이다. 더욱이 지난 2009년 토요타의 한국 판매가 본격화했지만 일본차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2008년 35.5%에서 2011년 18.0%로 되레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럽차의 점유율이 53.1%에서 74.1%로 급상승한 까닭이다.
특히 한국시장은 지난해 7월 한-EU FTA 발효로 유럽 수입차의 관세가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1500cc 이상 유럽 수입 자동차는 오는 2014년 7월까지, 1500cc 미만은 2016년 7월까지 모든 관세가 폐지돼, 유럽 메이커의 한국시장 잠식이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