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600순익" TV출연 컨설턴트 믿고 1억 넣었다가…

배현정 이정흔 기자 2012.03.1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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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탈출구가 없는 자영업자/벼랑끝 내몰린 자영업 준비자의 눈물

편집자주 답이 없다. 은퇴자와 실직자들은 다른 답을 찾을 수 없으니 막다른 길에 목숨을 건다. 이미 6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자영업에 인생을 걸었고, 그 가족들의 인생까지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그러나 이미 치열한 전쟁터에 참전인원이 많아지니 패자만 점점 늘어난다. 그 삶의 전쟁터에서 밀려난 이들에게 현실은 더 막막하다. 그래도 살아야 하기에 그들은 또 다시 소형트럭에 가족의 삶을 건다. 밤낮으로 새벽인력시장과 대리운전을 전전하며 재기를 꿈꾼다. 이 '답 없는' 현실 앞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자영업의 몰락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다시금 희망을 노래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함께 찾아봤다.

"가게 한번 내보려다가 사기를 당했어요."

얼마 전 겥머니위크겦에 한 창업 준비자의 전화가 걸려왔다. 창업컨설팅업체의 소개로 점포 계약을 맺었는데 투자한 돈을 잃게 생겼다는 다급한 사연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7일 서울 잠실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A씨의 손에는 두툼한 서류봉투가 들려 있었다. "지난해 말 경찰에 사건을 접수시켰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습니다. 이제 다시는 창업 근처에도 가지 않을 겁니다."





두번 다시 생각하기 싫은 악몽 같은 창업 준비과정의 시작은 지난해 여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터넷을 보다가 우연히 한 음식점 광고에 눈길이 머물렀다. 안내된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니 창업컨설팅업체에 연결이 됐다. "더 좋은 점포가 많으니 일단 회사로 오라"는 얘기에 약속을 잡았다.



"사무실이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컨설팅 본부장은 TV에도 나왔다고 하니 신뢰가 갔죠."

그는 그곳에서 한 유명백화점의 지하 편집매장을 소개받았다. "편집매장의 절반은 직영매장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절반의 공간은 3개 업체에서 나눠 운영하는데 그중 1곳을 추천 받았습니다."

예상 월 순수익은 월 600만원. 기대 이상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당 백화점에 근무하는 친구를 통해 알아보니 실제 그 매장은 매출이 많이 발생하는 곳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기대에 부풀었다.


총 투자금은 1억여원. 투자에 비해 기대 수익이 쏠쏠한 듯 했다. 800만원의 계약금을 지급하고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계약 이후 꺼림칙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이런저런 핑계로 가게의 명의를 넘겨주지 않고 잔금 지급만을 계속 요구해왔다. 컨설팅업체에 "거래가 이상한 것 같다"고 문의해봤지만 "별 문제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돌이켜보면 컨설팅업체도 의혹투성이었다. 계약서조차 넘겨주지 않았다. "백화점에서 점주로 아무나 받아주지 않는다"며 "점주를 바꾼 사실을 백화점에서 알면 바로 퇴출당하기 때문에 계약서를 발급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1억원이 넘는 돈을 넘겨준 뒤에야 A씨는 일이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해당 점포를 넘겨주겠다고 돈을 받아간 사람은 그 점포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사기였다.

A씨는 거짓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람과 컨설팅업체를 동시에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이 기막혔다. "컨설팅업체의 책임은 물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중개를 했다면 해당 매물에 대한 검증은 당연한 것인데 이를 소홀히 한 컨설팅업체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사기죄에 대한 보다 엄격한 법 적용의 필요성도 절감했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창업 준비과정의 사기가 매우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더 분통 터지는 건 사기죄에 대한 처벌이 대부분 집행유예로 그치고 만다는 거죠. 사기를 당한 사람은 파산할 수 있고 자살을 할 수도 있는데, 사기꾼은 금방 풀려나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고 있는 현실이 기막혔습니다."

A씨의 투자금은 아버지의 집을 담보로 잡은 것이었다. 현재 원금은 손도 못 대고 이자만 매달 80만원을 갚고 있다. 그는 "전에 중장비업도 해보고 자동차 판매업도 해봤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제대로 투자해 사업을 한번 해보자는 것이 이렇게 잘못됐다"며 "사전에 창업컨설팅업체 선정과 계약에 신중해야 한다는 말을 주위에서 단 한번이라도 들을 수 있었더라면 이런 실패는 겪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신중한 출발을 당부했다.

■창업실패를 줄이는 10가지 원칙

1.아이템 및 브랜드에 대한 다면평가를 통해서 객관적인 판단기준을 가져야 한다.

2. 언론미디어 및 박람회장에서는 아이템을 찾기보다 운영자의 패러다임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 성공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아이템보다 창업자의 역량 강화다.

3. 희망아이템에 대한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동시에 학습하고 분석해야 한다. 성공사례만 찾아다니느라 '왜 실패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찾지 못한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4. 희망아이템의 공급 및 수요에 대한 시장의 변화추이를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한국 창업시장은 아이템의 변화 주기가 짧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5. 사업 실행전 해당 아이템의 객관적인 투자수익성 예측과 분석은 필수다. 중개업자의 말만 믿기보다 현장에 나가서 직접 고객들의 반응 등을 따져보는 것이 좋다.

6. 점포임대가 및 권리금에 대한 가치평가를 통해서 점포 결정단계의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7. 점포중개를 주수익모델로 하고 있는 창업컨설팅업체를 조심해야 한다. 창업자의 안정적인 운영보다는 점포 중개를 통한 수익을 추구하다보니 정보를 부풀리는 경우가 많다.

8. 사업실행 전 해당사업의 정확한 리스크 분석을 통해서 실패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9. 외부적인 악재 등 돌출 변수 발생 시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10. 사업실행 전 검증된 전문가를 통한 최종 검증절차를 거치는 것도 방법이다.

도움말: 스타트비즈니스
 
 
■프랜차이즈 가맹점 계약 전 4대 체크 포인트

1. 정보공개서를 반드시 확인하자.
현행 가맹사업법상 가맹사업자의 현황부터 임원진 이력 등 전반적인 사항을 알 수 있는 정보공개서는 일정한 양식에 의해 서면으로 요청하도록 돼 있고 양식은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http://franchise.ftc.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 직영점이 없는 가맹본부는 피하자.
직영점은 가맹점이 오픈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미리 알아내고 노하우를 축적하며 가맹점주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직영점 없이 가맹점만으로 시작할 경우 초기 가맹점이 본사의 시행착오를 껴안는 희생을 치르게 된다.

3. 가맹점주로부터 살아 있는 정보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최근 오픈한 매장부터 오랜 기간 영업을 한 매장까지 두로 살펴봐야 한다. 최근에 생긴 가맹점으로부터는 창업 초기에 얼마나 제대로 지원이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오래된 가맹점으로부터는 혹시라도 영업과정에서 본부의 횡포나 불공정행위가 없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점포를 내놓고자 하는 가맹점주의 말은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빨리 점포를 정리하고자 하는 욕심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4. 가맹계약서를 꼼꼼히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계약기간이 충분한지, 위약금 조항은 합리적인지, 상권보장과 관련해 그 문구가 애매모호하지는 않은지, 재료 보급 등 물류시스템에 대한 사항이 제대로 정비되어 있는지, 계약해지의 사유는 합리적이고 재계약조건은 받아들일 만한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가맹사업법에 의한 국가 자격사인 가맹사업거래상담사에게 문의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 한국창업전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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