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기업 골목상권 진입규제권 전부달라" 요청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성훈 기자 2012.03.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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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청에 'SSM 사업조정권' 위임 첫 공식건의...중기청 "장기적 검토 사항"

서울시가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 일체를 중소기업청에서 위임받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역 내 영세상인과 마찰을 빚고 있는 기업형 대형수퍼마켓(SSM)에 대한 사업조정 권한을 모두 가져와 중소 영세상인 보호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4일 "최근 SSM에 대한 사업조정 권한 일체를 위임해달라고 중기청에 요청했다"며 "중소상인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를 위해선 시·도지사가 모든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가 공식적으로 중기청에 'SSM 사업조정권' 전부를 달라고 건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조정권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상권에 진출해 경영 안정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경우 사실 조사와 심의를 거쳐 대기업의 상권 진출 자체를 연기하거나 생산 품목, 수량 등의 축소를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와 관련, 중기청은 지난 2009년 SSM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지역단위 서비스사업에 대한 사업조정권 일부를 각 시·도지사에게 위임했다. SSM의 진출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면 중소기업자단체 등이 시·도지사에게 사업조정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시·도지사는 '사전조정협의회'를 설치해 신청인(중소기업단체 등)과 피신청인(대기업 등)간의 자율조정을 유도해왔다.
서울시 "대기업 골목상권 진입규제권 전부달라" 요청


문제는 이 협의회의 역할이다. 강제력 없이 양측 입장을 들어주고 협상을 중재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도지사가 자율 조정에 실패하면 사업조정 권한을 갖고 있는 중기청의 '사업조정심의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



중기청은 심의회를 통해 사업진출의 시기 연기나 유예기간 부여, 판매량 및 점포면적 조정, 취급품목 조정 등을 강제할 수 있다. 또 사업조정 절충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도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사업조정심의회'도 시·도지사가 관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업조정을 신청한 이후 사전조정협의회와 사업조정심의회를 거쳐 이행명령까지 이뤄질려면 보통 4~5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SSM의 '기습개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서다.

시 관계자는 "사업 조정 과정에서 중소상인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시·도지사가 관련 권한을 모두 행사해 빠른 시간 내 절차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강진영 참여연대 간사도 "현 사업조정제는 실효성이 없어 중소 상인들의 피해가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역사정을 잘 아는 시·도지사가 여론을 잘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조정권을 갖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기청은 서울시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법을 적용하면 상황에 따라 혼란이 나타날 수 있어 중기청이 심의회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게 이유다.

중기청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강제조정권까지 갖는다면 사업조정 내용 등이 각기 다를 수 있어 혼선이 나타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시간을 두고 검토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7일 제236차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의무 휴업일을 월 2회 지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유통업 상생협력 및 소상공인 지원과 유통분쟁에 관한 개정조례수정안'을 의결했다. 다만 개정 조례안이 공포되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효력은 없다. 현재 규제권한은 기초자치단체에 위임돼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현재 각 자치구에 대형마트·SSM의 강제휴무를 위한 조례 개정을 준비하라는 공문을 보냈으며, 세부시행안이 포함된 표준조례안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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