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시장을 상대해야 하는 투자자들도 시인의 눈을 가질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은 기업이고, 상품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은 원자재고,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은 돈이지만, 어느 곳이든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인간의 감정이다. 문학을 통해 시장을 들여다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면 오늘의 주제, 시간으로 들어가 보자.
그런 점에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나비의 번데기' 이야기는 훌륭한 교훈이 될 것이다. 이 소설은 "영원한 자유인" 조르바를 주인공으로 해서 그의 거침없는 삶의 철학을 전해주는데, 카잔차키스는 작중 화자가 되어 자신의 경험과 거기서 얻은 가르침을 들려준다.
그러나 나비의 날개는 나오자마자 뒤로 접히며 구겨졌다. 카잔차키스는 이렇게 회상한다. "가엾은 나비는 날개를 펴려고 파르르 몸을 떨었다. 나는 내 입김으로 나비를 도우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를 펴는 것은 태양 아래서 천천히 진행되어야 했다. 내 입김은 때가 되기도 전에 나비를 날개가 쭈그러진 채 집을 나서게 한 것이었다. 나비는 필사적으로 몸을 떨었으나 몇 초 뒤 내 손바닥 위에서 죽어갔다.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 서둘지 말고 안달을 부리지도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이 불쌍한 나비가 그에게 갈 길을 알려주었다. 전날 밤 그는 새해를 앞두고 그저 허망한 기분이었다. 지나온 반생을 돌아보니 미적지근하고 모순과 주저로 점철된 몽롱한 세월이었다. 여전히 돈과 여자, 종교 문제로 머리가 복잡했다. 그런데 조르바의 새해 인사를 받고 바닷가로 나오면서 그 나비를 떠올린 것이다. 그러자 한겨울에 꽃을 피운 편도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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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는 잎이 돋지 않았는데도 꽃망울은 부풀어 터지고 있었다. 망울 망울마다 잎 새와 꽃과 열매가 되려는 의지가 전해져 왔다. 한겨울 내내 봄의 위대한 기적은 밤이나 낮이나 마른 등걸 속에서 은밀히 싹터가고 있었다."
그는 환성을 지른다. 시간의 비밀을 알아낸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초반부에서 작중 화자의 성격은 어둡고 우유부단했는데, 이 깨달음 이후 마음속의 감옥에서 벗어나 경쾌한 리듬을 되찾는다.
주식시장도 그렇다. 무엇보다 때를 알아야 한다. 용기를 내서 과감히 뛰어들 시점은 정해져 있다. 무작정 아무 때나 덤벼들어서는 안 된다. 정확한 타이밍을 포착해야 한다. 새로운 시장 흐름이 시작됐을 때가 바로 그런 순간이다. 하지만 이런 순간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큰 흐름이 바뀌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축적돼야 한다. 하루나 한주 사이 불쑥 강세장이 약세장으로 변하지도 않고, 한 번의 급등세로 강세장이 본격화되는 것은 아니다. 대세상승이나 대세하락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조용히 무르익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