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시장선거 앞둔 세종시, '삼국지' 형주땅?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2012.03.0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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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의 틱, 택, 톡] 노무현-유기, 민주통합당-유비세력, 자유선진당-손권세력

총선·시장선거 앞둔 세종시, '삼국지' 형주땅?


'삼국지연의'에 따르면 동오땅 감로사는 유비가 죽을 자리였다.
유기가 죽어 유비 차지가 된 형주 땅을 뺏자고 주유가 계책을 부렸다.
감부인을 잃은 유비에게 손권의 여동생 손상향을 준다며 유인하자고.

앉아 천리 서서 만리 내다보는 제갈공명만 믿고 죽을 자리로 들어선 유비가 답답한 속내를 풀자고 감로사 앞에 놓인 애꿎은 바위에 칼질을 한다.



"베어지면 내가 소원하는 왕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유비의 칼에 바위는 베어지고 만다.
손권도 가세한다. '형주를 찾아 동오를 흥왕케한다' 바위는 손권의 칼날에 마저 몸을 내준다.

바위 하나에 두 칼자국. 사람들은 이 바위를 '십자문흔석'이라 부르고 훗날의 시인이 읊었다는 구절도 전해온다. "...두 나라의 왕성한 기운 모두 다 천수로다. / 이를 좇아 천하는 솥발형세 삼분천하 되었구나"



세종시 중앙청사 조감도세종시 중앙청사 조감도
4.11총선 '부산 사상구 편'만큼 관심을 끄는 대목이 '세종시편'이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는 세종시 선거구 신설을 포함한 선거구 획정안을 통과시켰다. 29일 자유선진당 공천심사위원회는 공주 연기를 지역구로 했던 심대평 대표를 세종시 출마후보로 확정했다.

세종시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4월 11일 총선과 함께 초대 세종특별자치시장을 선출하기 때문이다.


28일 유한식(63, 자유선진당) 연기군수가 군수직을 사임했다. 세종시장 출마를 위해서다. 유한식 전 군수 외에도 새누리당 후보로 김광석(46)전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위원과 최민호(55) 전 행정도시 건설청장, 황순덕 전 연기군의원이 나섰고, 민주통합당예비후보로는 강용식(77)행정도시건설 자문위원회 위원장, 이춘희(56) 전 행정도시 건설청장, 김준회 전 민주당 연기군지구당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러닝메이트 시스템으로 치러질 세종시의 4.11선거에서 한발 앞선 쪽은 심대평의원후보- 유한식 시장후보의 자유선진당이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은 세종시를 전략지역으로 분류한채 의원후보군을 물색중이다.

세종시를 보면 삼국지의 형주 땅을 보는 기분이다.

세종시는 '노무현 브랜드'로 시작됐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서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이덕에 2004년 총선에선 열린우리당이 충청권 24곳중 19곳을 휩쓸기도 했다.

하지만 MB정권은 형주 땅을 유린한 조조의 백만대군처럼 행정수도 정책을 후퇴시켰다. 유비와 손권이 힘을 합쳐 적벽에서 맞서듯 세종시를 놓고는 선진당과 민주통합당이 힘을 합쳐 맞섰다.

유표- 유기처럼 노무현대통령이 졸한 후 열린우리당을 계승한 민주통합당이 유비처럼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고 이웃했기에 내 땅이라는 손권처럼 선진당 역시 텃밭연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밌는 현상이 발생했다.

민주통합당 소속 충남도의원 등 지방의원 6명이 2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당 차원에서 전략공천설이 검토되고 있다는 한 언론사의 보도와 관련 유한식 전 연기군수 공천문제를 맹비난했다.

자유선진당 역시 황당한 표정이다. "민주통합당의 유 전 군수 공천설은 음모론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졸지에 유군수는 삼국지연의 유비의 손부인, 손상향같은 처지가 되고 말았다.

연의상에서 유비는 서촉을 도모하러 떠나고 손상향은 손권의 거짓 편지에 속아 친정으로 돌아가고 형주를 지키던 관우와 관평은 손권 손에 떨어져 목숨을 잃고 형주는 손권의 차지가 된다.

세종시의 총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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