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경제의 원천은 사람을 모으는 능력

머니투데이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FTA통상실장 2012.02.2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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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2.0]경제의 원천은 사람을 모으는 능력


전 세계가 주목한 G20 서울정상회의에 이어 또 하나의 세계적인 빅 이벤트가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린다. 50여 개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들이 참여하는 핵안보정상회의가 그 주인공이다. 우리의 눈과 귀가 국내의 정치적인 이슈들에 빼앗기면서 세계적인 행사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기 그지없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사람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는 직·간접적으로 매우 큰 부가가치를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20 정상회의에 1만5000여명이 방한해 1인당 직접지출액만도 350만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간접적인 효과를 감안하면 추산하기도 힘들 정도로 천문학적인 플러스 효과를 안겨준 것으로 분석됐다.



각국은 이제 상품전쟁을 넘어 사람을 끌어 모으는 전쟁에 돌입했다. 사람이 모여야 비즈니스 기회가 늘어나고 시장이 커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품을 파는 것은 일시적인 부가가치 증대에 머물지만 사람이 모이면 상품을 소비할 뿐만 아니라 맛과 멋을 즐기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늘면서 그에 따른 전후방 효과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런 차원에서 싱가포르의 모범사례는 자주 회자된다. 싱가포르는 2010년에 외자유치를 통해 중심상업 지구에 호텔, 명품매장, 쇼핑시설 단지를 대규모로 건설한데 이어 250개의 회의실을 갖춘 컨벤션 센터도 만들었다. 이 시설의 핵심은 500개의 슬로머신을 갖춘 카지노를 만들어 외국인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리콴유 싱가포르 전총리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카지노를 허락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경제를 위해 그 소신을 접은 것이다. 이에 힘입어 싱가포르는 2010년 약 1200만 명 수준의 관광객을 중장기적으로 1700만 명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마카오는 인구가 50만 명에 불과하지만 카지노 방문객이 서너 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독일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모이는 전시·컨벤션 분야를 적극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독일은 주정부 차원에서 전시 및 컨벤션 시설이 들어설 부지를 무료로 제공하고 부동산세와 법인세 등 관련세금도 면제하고 있다. 미국은 건립부지에 대한 무상 임대는 물론 전시장 인근 호텔로부터 특별세를 징수해 전시장을 보조하고 있다. 전시회가 활성화되면 호텔이 그 혜택을 본다는 취지에서 호텔 객실료의 5∼9%를 징수해 전시산업 육성에 투입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을 모으는 산업으로 MICE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MICE는 Meeting(기업 회의), Incentive Travel(기업이 주관하는 보상관광), Convention(국제회의), Exhibition(전시)을 통칭하는 용어로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내에서 국제회의가 활성화되고 중국인을 중심으로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산업은 연관 산업간 상호 의존성이 매우 강하고 대규모 장치시설을 필요로 하며 호텔, 쇼핑, 인쇄, 통신, 문화, 운송, 광고, 이벤트, 오락 등의 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 파급효과가 지대하다.


또 지식 집약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녹색산업일 뿐만 아니라 동 산업이 발전하면 무역업체의 국제마케팅이 국내에서 가능해져 비용 및 시간이 대폭 줄어드는 장점을 수반한다. 해외 바이어를 찾아갈 필요가 없이 그들이 오는 것을 잘 맞이하면 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이는 산업은 서비스산업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아쉽게도 우리는 상품수출에서 세계 9위지만 서비스 수출순위는 세계 15위다. 더구나 서비스분야는 만성적인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무역협회 분석결과 서비스 수지가 균형으로 돌아선다면 매년 20만 개 일자리가 추가로 생길 것으로 기대되었다. 필요하다면 도박도 지렛대로 이용하는 싱가포르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미래의 우리 경제의 경쟁력은 '사람을 얼마나 끌어 모을 수 있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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