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힘들때 할머니만 찾는 아이 어떡해?

머니투데이 이서경 한서중앙병원장(소아정신과 전문의) 2012.02.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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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경의 행복한 아이 프로젝트]

[건강칼럼]힘들때 할머니만 찾는 아이 어떡해?


만36개월 된 유빈이 엄마는 육아문제로 고민이 많다. 맞벌이로 바쁘다 보니 유빈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거의 모든 양육을 친정 어머니에게 맡겼다.

그런데 최근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유빈이가 엄마는 안 따르고, 외할머니에만 집착한다고 한다. 엄마가 조금만 훈육을 하려고 하면 "엄마 가, 엄마 싫어"라며 울거나 말을 안 듣는다.



아프거나 힘들 때도 외할머니만 찾고, 잠도 외할머니와 자려고 떼를 쓴다. 엄마는 유빈이가 자기를 안 따르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많이 울었지만, 생활이 너무 바쁘다 보니 유빈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잘 모르기 때문에 속을 앓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친정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린 것 아닌가 고민도 되지만 정작 육아를 전적으로 맡기에는 부담도 많다.



친정 어머니와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친정 어머니는 평소에 손자를 돌보는 것이 무척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유빈이 엄마가 "아이를 돌보기만 하지 육아에는 관여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을 너무 서운해 한다.

유빈이 엄마는 아이와 친정 어머니 사이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스럽게 느껴진다고 한다.

상담을 하다 보면 유빈이 엄마와 같은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주로 친정 어머니가 강하고 주도적이며, 아이를 가르치는 부분 외에는 모두 친정 어머니가 도맡아 하는 경우에 이런 문제가 자주 벌어진다.


아이 엄마는 아이를 낳기는 했지만 아직 엄마가 될 충분한 심리적 성숙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엄마의 역할을 자신의 친정 어머니에게 내주는 것이다. 엄마라는 존재는 아이를 낳는 순간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다. 임신 중에는 아이만 낳으면 다 해결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함께 성장하고 완성돼 가는 존재가 엄마다.

진정한 엄마가 되기까지는 온갖 과제와 어렵고 힘든 일이 산재해 있다. 이런 험난한 과정들을 하나씩 경험하고 현명하게 해결해 나가면서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유빈이 엄마와 같은 경우는 어쩌면 극단적인 사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를 기르면서 발생하는 다양하고 견디기 어려운 문제들을 직면했을 때 엄마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하다.

첫째 자신감을 가지고 "내가 엄마다"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직도 친정 어머니에게 어려운 일을 의지하고 싶고, 누가 나를 돌봐주었으면 하는 어린 마음가짐부터 극복해야 한다. 아이 양육의 어려움에 대한 두려움도 벗어던져야 한다. 힘들다고 아이 양육의 기본적인 사항을 친정 어머니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둘째 아이와 애착을 늘리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아이에게 다양한 관심을 보여주고 애정 표현이나 스킨십도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엄마와 아이만의 규칙이나 놀이 등을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이가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고, 안심시켜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맞벌이라서 시간 제약이 있다면 다른 심리적 안정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아이 양육에 대한 책임부담도 가져야 한다. 제대로 양육하는 것이란 아이 개개인의 특징에 양육자가 스스로 맞춰가는 것이다. 이 때 세대를 통해 잘못 전달된 애착 문제가 있는 경우는 행동 뿐 아니라 내면 심리까지도 상담을 통해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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