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감정노동'…폭식과 비만을 부른다

머니투데이 윤장봉 대한비만체형학회 공보이사 2012.02.1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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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감정노동'…폭식과 비만을 부른다


명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쇼핑인구가 있는 곳입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백화점들은 다 명동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병원이 명동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백화점 매장에 근무하는 분들을 환자로 맞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만치료라는 것이 하루 이틀 만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또 지속적인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저런 고민들을 토로하는 경우도 자주 봅니다. 얼마 전 백화점 매장에 근무하는 20대 환자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전 백화점 명품매장에 근무하고 있는데, 생각 외로 우리에게 반말하는 고객분 들이 많아요. 그런 취급을 받고 나면 짜증이 나서 술과 기름진 안주 안 먹고는 집에 들어가기 힘들어요."

"회사 측에서 고객역할을 하는 사람을 보내서 일부러 시비를 걸고는 응대가 좋지 않았다고 우리에게 문제를 삼곤 해요. 그래서 고객을 만나는 것 자체도 스트레스지만 그 사람의 태도는 전혀 상관없이 친절해야만 된다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바로 고객 불만을 신고하기도 하고, SNS로 '00백화점 000점원이 너무 불친절하다'고 올려버리기도 하죠."

사람을 대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은 다 이런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다 보니, 우리나라가 세계최고의 '감정노동국가'라고 하더군요.

여러 직업군을 만나면서 얻은 제 경험에 따르면 백화점 매장에 근무하는 분들이 생각 외로 체중을 줄이기 어려워합니다. 사실 하루 종일 매장에 서서 근무하고 물건 찾으러 다니는 등 활동량은 충분한데 비해 식사시간이 불규칙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감정노동에 시달리다 보면 스트레스가 폭식과 음주로 이어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미 '스트레스'가 가장 큰 비만의 원인이라고 수없이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죠.

문제는 어떤 스트레스를 받아서 어떻게 해결하느냐 입니다.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음식'을 택한다면 순간적으로 입이 즐거워서 뇌가 즐거워지지만, 결국 늘어난 체중으로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을 뿐이니까요.

또 자세히 보면 이런 분들이 다른 곳에서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같은 방법으로 풀어서 또 다른 감정노동을 양산하게 되기도 합니다.

결국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죠.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어느 한곳에서 고리를 자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입니다. 조금만 생각한다면 '매너 있는 손님'이 될 수 있고, 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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