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에 소송, '비운의 황태자' 이맹희 누구?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12.02.1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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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불구 후계자로 지명 못받아… 이건희에 "주식 나눠달라"

'비운의 황태자, 야인, 은둔자...'

이번에 동생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주식청구 소송을 제기한 이맹희 씨에게 이런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삼성그룹 창업주(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이지만 그는 아버지 이병철 회장과의 애증 탓에 그룹 후계자로 지명받지 못하며 이후 삼성은 물론 기업 경영 자체에서 손을 뗀다. 다른 형제들이 삼성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뒤 계열분리를 통해 범 삼성가로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맹희 씨가 삼성 경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은 1966년 이른바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병철 회장은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삼성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고 선언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맹희 씨가 삼성의 주력 계열사들을 총지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당시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70년대 들어 동생 이창희 씨가 부친인 이병철 회장의 문제와 삼성그룹의 비리를 고발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으로 이병철 회장은 이창희 씨를 미국으로 보내는데 이때 이맹희 씨도 함께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이병철 회장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들어선 것이다.



이병철 회장은 당시 이맹희 씨에게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제일제당 등 3개 계열사에만 주력하라는 주문을 하지만 이맹희 씨는 이를 거절하고 일본으로 떠난다. 수년간 이병철 회장이 경영에서 떠나있을 때 자신이 그룹을 경영한 공로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이후 이맹희 씨는 한국으로 되돌아왔지만 '삼성의 이방인'으로 불리며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그룹 후계자 경쟁에서 이건희 회장에게 밀리며 삼성과 완전히 절연하게 된다. 이맹희 씨는 이후 기업 경영에서 손을 떼고 은둔자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이병철 회장 작고 시 그는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에게 용서를 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수년간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을 오가며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생활을 주로 하기 때문에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자식들과의 교류도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CJ그룹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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