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도 안되는 '톰스슈즈' 한켤레 팔때마다…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2.02.1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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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석세스 노트]⑥ "파는 만큼 기부" 윤리적 기업의 성공스토리

편집자주 "아, 밥 먹고 살기 정말 힘드네요."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샐러리맨들을 위한 '감성 충전소'라고 하면 어떨까요. 턱턱 눈앞에 부딪히는 난관을 좀 더 여유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지혜, 현명한 직장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팁(tip), 존경받는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센스가 뭔지 궁금한 독자들을 위한 노트입니다.

10만원도 안되는 '톰스슈즈' 한켤레 팔때마다…


뭉뚝한 콧망울에 천으로 대충 박아 만든 것처럼 보이는 밋밋한 모양의 캔버스화. 유행 좀 안다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하나쯤 갖고 싶어하는 이 신발. '톰스(TOMS) 슈즈'얘기다.

이 독특한 모양의 신발을 만들어내는 톰스 슈즈는 지금은 최고경영자(CEO)가 된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스물아홉살에 남미를 여행하며 얻은 작은 영감에서 출발했다.



남미를 여행하며 얻은 작은 아이디어가 진짜 사업으로 연결 될 것이라고 그는 생각지 못했다. 일상에서의 작은 발견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신발공장장의 성공 스토리가 제법 흥미롭다.

일상에서의 작은 발견도 소홀히 넘기지 않는 자세. 톰스 슈즈가 성공의 단추를 낀 것은 여기서 시작한다. 2006년 당시 블레이크는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교육프로그램 사업 시작을 눈앞에 두던 의기충천한 사업가였다. 많지 않은 나이지만 벌써 네 번째 사업이었다. 새로운 사업의 시작을 앞두고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지만 스스로에게 주기로 약속한 휴식을 그냥 버릴 수 없어 홀연히 남미로 떠난다.



10만원도 안되는 '톰스슈즈' 한켤레 팔때마다…
목적지로 정한 곳은 아르헨티나. 누이가 살던 아르헨티나에서 그는 그동안 잊고 지내던 추억을 곱씹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탱고를 배우고 말벡(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레드와인)을 마시며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신기한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오리를 키우는 농장의 머리가 희끗한 아저씨나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심지어 나이트클럽에 온 젊은 사람들조차 모두 같은 모양의 신발을 신고 있었다.

"엄청나게 실용적으로 보이는 이 신발을 어떤 곳에서든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오직 흥미로운 시간에 몰두해 있었기 때문에 그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기지는 않았었죠."

톰스 슈즈의 첫 영감은 바로 스페인 전통신발인 '알파르가타'였다. 아르헨티나 여행이 끝나갈 무렵 그의 아이디어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그에게 한 봉사자가 찾아와 신발을 기부해 달라고 요청하던 그 순간. 그의 머릿속은 신선한' 공기로 가득 찼다. 우선 선진국이라 불리는 아르헨티나에서 신발이 부족한 어린이들이 많다는 얘기 자체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의 호기심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부단체의 운영 원리에 대한 고민으로 빠졌다. 봉사자가 운영하던 단체는 기부자들로부터 신발을 모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는데 오로지 기부에만 의존하고 있다 보니 꾸준한 공급량을 유지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때때로 아이들은 그들의 사이즈에 맞는 신발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 왔죠. 그것은 즉 아이들이 맨발로 학교에 가야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가슴이 찢어지더군요."

신발이 없는 아이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을 위해 '무언가'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내리친 후 그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이것이 톰스 슈즈에게 성공을 가져다 둔 두 번째 비결이다.

'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신발을 기부할 수는 없는 것일까'라는 그의 생각은 '한 켤레의 신발을 팔 때마다 한 켤레씩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실천으로 옮겨졌다.

매출 대비 몇 퍼센트씩 기부하겠다는 등의 어떠한 조건 없이 '오늘 판만큼 내일 기부한다'는 단순한 방식을 도입해 일을 벌였다. 가정집 주차장 정도 크기의 공장에서 낡은 기계들로 신발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톰스 슈즈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블레이크가 '윤리적 기업'이라는 사회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어낸 점도 성공 스토리를 만드는 데 한 몫을 했다. 그는 단순히 영리를 추구한다는 이미지 외에 기부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소비에 연결시키는 경영방식을 도입했다. '처음부터 기업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고 말한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톰스 슈즈의 기특한 생각은 미국 시장 전역을 뚫었고 톰스 슈즈는 이제 스칼렛 요한슨이나 시에나 밀러와 같은 빅 스타들의 발에 신겨지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우리가 다른 어떤 종류의 술보다 와인을 마실 때 더욱 특별함을 느끼는 이유는 개개의 와인이 가진 '스토리(story)'가 있기 때문이다. 톰스 슈즈는 이미 사람들에게 신발 그 자체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a better tomorrow)'이라는 톰스 슈즈의 어원처럼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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