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100년 이상의 전통 '이문설농탕'

머니투데이 정민영 월간 외식경영 2012.02.0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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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것이 바로 추억과 전통이다. 추억은 고객에게 최고의 이야깃거리며 전통은 이를 증명해주는 효과적인 매개체다.

하지만 역사는 시간이 지나며 저절로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긴 시간동안 한 자리에서 하나의 메뉴를 가지고 그에 합당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 외식산업은 역사가 길지 않다. 더구나 개·폐업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요즘 1세기의 역사를 지닌 음식점은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 과거 충성고객이 또 다른 단골고객 만들어
설렁탕은 서울의 향토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서울의 종로는 강북 문화의 중심지이자 설렁탕의 1번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15광복, 한국전쟁, 4.19의거 등 정치적으로 역사적 사건들이 많이 발생한 이 거리에는 지금이야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설렁탕 전문점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이곳에 100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넘어 그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문설농탕'이 있다.

'이문설농탕'은 서울의 음식점 허가번호 1호로 공식적으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기도 하다. 정확한 개업연도가 확실하지 않지만 오래된 단골들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1902년이 좀 더 신빙성 있다고 한다.


100년이면 1세기인데 그동안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왔다. 손기정 선수 등 당대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저명인사들 중 이곳의 설렁탕을 안 먹은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니 그 역사와 명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앞으로도 담아갈 역사가 많지만 어른이나 아이할 것 없이 이곳은 뜨끈한 설렁탕과 더불어 추억을 함께 먹을 수 있다.



예전에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이곳에 왔었던 이들은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린 지금 예전의 자신처럼 아들, 손자와 함께 오고 있으며 설렁탕을 먹으며 정의를 불태우던 학생들은 이제 수육에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이문설농탕'에서 어른들은 예전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고 아이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간다. 그 시절의 충성 고객이 또 다른 단골고객을 만드는 패턴인 것이다. 전통은 이곳이 유지되는 이유이자 고객이 방문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다.

◇ 특별한 맛보다 꾸준한 추억의 맛이 일품
'이문설농탕'은 국산 소와 수입 소를 사용해 설렁탕(7000원, 특 9000원)을 만들고 있다. 기름을 걷어낸 뽀얀 육수에 머릿고기, 양지, 우설, 만하 등을 넣어 고객에게 제공한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장·노년층이 주 고객이라 들어가는 재료들을 푹 삶아내 식감은 살리고 씹기 편하게 만든다. 설렁탕에 들어가는 고기의 부위는 원하는 것을 말하면 특별히 그에 맞춰 넣어주기도 한다. 100년이라는 전통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어느 특별한 맛이 아니라 여전히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는 추억의 맛이다.

재작년 종로일대가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자리를 옮겼다. 현재 '이문설농탕'을 책임지고 있는 황영상 대표는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고객에게 설렁탕을 제공했었는데 그 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현 위치로 매장을 옮긴 것에 대해 무척 아쉽다고 전한다.

행여 예전 단골들이 매장을 찾지 못할까 싶어 가까운 곳으로 매장을 옮겼지만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고. 옮긴 자리에 새로 지은 매장은 예전의 한옥 기와집에 낡은 나무 문패는 아니지만 맛과 정성만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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