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때렸는데 '죠스떡볶이' 눈물, 왜?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2.01.2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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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퓰리즘'에 대기업, 구내 카페까지 철수… "반기업 정서 심화" 죠스떡볶이도 해명 진땀

"'대기업 때리기'라고 하는데, 이건 좀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총선과 대선 정국에 편승한 '표(票)퓰리즘'식 대기업 비판 와중에 이른바 '빵집 논란'까지 불거지자 재계에서 터져나온 볼멘 목소리다.

재계는 정권 임기 말에 양대 선거가 예정된 올해 대기업이 표밭갈이의 타깃이 될 것이라고 예견해왔다. 이전 처럼 표를 얻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아야 하는데 가장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게 '재벌'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대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재계는 잘못된 게 있으면 언제든 바로 잡겠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대기업 때리기'는 정도를 지나쳤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영업자 빵집 줄었다?= 대기업의 빵집이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 지역 영세 빵집 수가 2003년 1만 8000개에서 지난해말 4000개로 줄었다는 것이 도화선이 됐다. 여기에 대그룹 오너 2,3세 자녀들이 커피 전문점이나 빵집까지 한다는 지적이 국민적 공분을 사는 빌미가 됐다.



실제 그럴까? 대한제과협회 사무총장은 "이 통계가 정확한 것은 아니고 추정치"라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가 점주인 프랜차이즈 빵집도 이 통계에 포함됐느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동네 빵집에서 출발해 파리바게트를 운영하는 SPC는 3010개의 매장 중 40개 직영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영업자인 개인 사업자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이들 개인사업자가 문제의 통계에서 제외됐다면 '빵집 논란'의 근거가 약해진다.

◇표 장사인가? 골목상권 살리기인가?=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빵집 논란'과 관련해 "골목상권을 지키는 것이 정책으로 적정한 지, 또 골목상권을 지키는 것이 국가나 국민에 이익인지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진출을 막는 게 과연 동네 빵집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대항마가 없는 동네빵집은 외국계에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영업자 보호가 자영업 성장과 일자리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가도 문제인데,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고 국가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기업이 생겨야 일자리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영세한 동네 빵집 수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프랜차이즈를 통해 자영업자나 고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권의 동네 빵집 지키기가 자영업자들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표를 위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도 된다.

◇마녀사냥식 여론재판=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전무는 "대기업들이 잘못한 게 있으면 바로 잡는 게 맞다"면서도 "최근 '대기업 때리기'는 사실 관계를 떠나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 형식을 띠면서 반기업 정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네 빵집이 사라진 것이 대기업 진출 때문이라는 인식이 문제"라며 "이런 식으로 대기업을 죄인 취급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글로벌 경제 여건에서 기업이 위축돼 투자 기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몸사리기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은 사옥에 있는 '오젠'이 베이커리(빵 만들어 파는 곳이 사전적 정의)가 아니라 샌드위치, 커피 등을 팔기만 하는 사내매점 성격인데, 그간 이를 해명해 오다 이날 전격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접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미 사업철수를 선언한 호텔신라의 자회사인 보나비의 아티제도 마찬가지다. 전국에 27개 매장을 가진 아티제는 개인 자영업자가 영업하기 힘든 상권에 진출해 있다. 매장 오픈에 드는 비용이 8억~10억 정도로 중심 상권만 매장을 열었지만 여론의 역풍에 밀려 결국 사업포기를 선언했다.

CJ는 떡볶이 사업에 진출했다는 오해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프랜차이츠 형태의 죠스떡볶이가 CJ와 관련됐다는 억측 때문이었다. 죠스떡볶이 측은 공식트위터(@jawsfood)를 통해 '자체 단독 브랜드'이며 CJ에서 튀김전용유를 공동 개발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전무도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나오는 대기업 때리기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철을 앞두고 지금까지의 여론몰이는 시작에 불과한 것 같다"며 "앞으로 선거전이 치열해질수록 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 더 많은 기업을 때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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