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떨어졌다는데 우리 집주인은 왜 올리지?"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2.01.25 05:15
글자크기

[송지유 기자의 부동산WHY]

"전셋값 떨어졌다는데 우리 집주인은 왜 올리지?"


 '서울 전셋값 3년 만에 처음 하락' '전셋값 10주 연속 떨어져' '강남 전셋값 뚝뚝'….

천정부지로 치솟던 전셋값이 거래 비수기를 맞아 약세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월급 빼고 모든 게 올랐다'는 고물가 시대. 세입자 입장에선 "전셋값이 떨어졌다"는 소식만큼 반가운 게 없다.

하지만 안도감도 잠시. 전세계약 만기가 임박한 세입자는 집주인으로부터 "전셋값을 올려달라"는 반갑지 않은 통보를 받는다. 2000만∼3000만원 올려달라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일반 봉급생활자가 2년간 도저히 모을 수 없는 '억' 소리나는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전세보증금 2억2000만원짜리 서울 마포구 공덕동 A아파트에 살던 회사원 김모씨(35)는 "1억원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이달 초 눈물을 머금고 전셋집을 옮겼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살던 한 직장인도 기존 2억원인 전세보증금을 2억800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집주인의 통보를 받고 이삿짐을 꾸려야 했다.

최근 전셋집을 옮긴 이들은 3번 놀랐다고 입을 모은다. 전셋값이 떨어졌다는데 정작 집주인은 올려달라고 해서 한번, 2년새 급등한 것에 또 한번, 전셋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또다시 한번.



그렇다면 부동산시장에선 전셋값이 떨어졌다는데 정작 세입자는 전셋값을 올려줘야 하는 시장 착시현상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이는 전셋값이 등락을 거듭하지 않고 수년째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24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1년 12월 주택전세가격종합지수는 2년 전인 2009년 12월 대비 20.3% 급등했다. 월별 전셋값도 2008년 11월∼2009년 2월 4개월간 잠시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2006년 이후 줄곧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1년간 전셋값이 12.3% 뛰었다.

결국 같은 전셋집을 재계약하는 세입자는 2년 전보다 높아진 전세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전셋값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느낄 수 없다. 이는 다른 곳에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가 주변의 직전 가격과 비교했을 때 알 수 있다. 착시는 이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