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남편 무시하는 아내…아이도 닮는다

머니투데이 이서경 한서중앙병원장(소아정신과 전문의) 2012.01.2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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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경의 행복한아이 프로젝트]

[건강칼럼]남편 무시하는 아내…아이도 닮는다


영석이(가명) 엄마는 아이들 앞에서 아빠를 자주 비난했다. 아빠가 결정한 사항은 번복하기 일쑤였고 매사 못미덥다는 표현을 달고 살았다.

가정 내에서 아빠의 위상도 작아졌다. 문제는 영석이에게서 터져 나왔다. 어릴 때는 엄마 말을 잘 따르던 아이가 크니까 엄마 말을 자주 무시했다.



집안에서 아빠의 존재감이 없다보니 아이가 왕처럼 마음대로 하려고 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폭력을 사용하기도 했다.

영석이 엄마처럼 집안에서 공공연하게 남편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암암리에 남편을 양육에서 배제시키는 경우에 아이에게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대개 엄마가 아빠보다 학력이나 결혼 당시 조건이 좋은 경우 또는 경제적으로 처가에 의존하는 경우가 그렇다. 엄마는 활동적이고 외향적이며 추진력이 강한 경우가 많고 아빠는 다소 조용하고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은 소극적인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렇게 하다보면 궁극적으로 가족 구조의 왜곡이 오게 된다는 것이다. 가정 내에서 아버지의 권위가 무너지고 아이들도 아빠를 무시하게 된다.

아버지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남성 역할, 사회성 등에 대해 배울 기회가 줄어든다. 딸이라면 남성을 무시하거나 혐오감을 갖게 되기 쉽고 아들이라면 열등감을 가지게 되기 쉽다.


배우자와 사이가 안 좋을 수는 있지만 배우자에 대한 적개심을 아이들 앞에서 드러낼 필요는 없다. 특히 상대 배우자의 특성적인 부분을 비난하는 것은 아이들의 가치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은 최소한 50%는 아빠를 닮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빠보고 게으르다고 욕을 하면 아이는 "나도 아빠를 닮았는데, 나도 나쁜 사람이구나"라고 여기게 된다.

화가 날 수도 있고 화를 내야 할 때도 있을 수 있지만 이럴 때는 상황적인 비판을 하는 것이 남편에 대한 특성적인 비난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오늘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잊었구나"라고 하는 것이 "당신은 왜 이렇게 게으르냐"라고 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가정 내에서 아버지의 위치는 생각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어릴 때에는 엄마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지만 있으나마나한 아버지라 할지라도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

아버지는 대개 엄마에 비해 물리적인 자극을 주는 과격한 신체 놀이를 하고 특이하고 예측할 수 없는 놀이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엄마와 있을 때는 차분하고 안정감을 느끼지만 아버지와 있으면 흥미롭고 도전적인 마음을 가지게 된다.

아버지와 관계가 좋은 아이가 청소년 시기에도 자기 조절 능력이 좋고 또래와의 관계도 원만하며 비행이나 일탈 행동도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안정적으로 애착 형성이 이루어진 아이들은 위축감을 덜 느끼고 불안감도 적으며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아버지와 어린 시절에 맺은 이러한 관계는 아버지가 더 이상 집에서 함께 살지 않을 때에도 유지된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아버지는 아이 발달의 초기부터 여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는 존재다.

아빠를 아이 양육에 있어 나머지 반을 차지하는 대상으로 인정하고 아빠의 스타일에 큰 간섭이나 불신을 하지 말고 맡기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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