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터증후군은 남성 10만명당 1명 꼴로 발생하며 국내에는 70여명의 환자가 있는데 진동규 교수가 담당하는 환자가 60명이 넘는다.
녹십자 (114,300원 ▼800 -0.70%)와 삼성서울병원이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에서 2번째로 1년 치료비가 수억원에 이르는 '헌터증후군(Hunter's Syndrome)'치료제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제약기업과 병원이 협력해 사회적인 역할도 다하고 기업은 실적도 올릴 수 있는 좋은 사례라는 평가다.
지난 2002년 진동규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사진)는 '헌터증후군'치료제 개발에 돌입했다. 당시는 헌터증후군 치료제가 전혀 없던 때다.
남성 1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국내에는 70여명의 환자가 있는데 진 교수가 담당하는 환자가 60명이 넘는다.
바이오벤처들과 치료제 연구를 하던 중 2006년 미국 샤이어사의 엘라프라제라는 치료제가 먼저 세상에 나왔다. 진 교수가 연구를 진행하던 치료제와 비슷한 방식의 치료제였다.
문제는 헌터증후군 치료제가 1개 밖에 없어 약값이 비싸다는 것이었다. 엘라프라제 6mg 한 병 가격은 279만원으로 1년에 드는 약값이 3억원이 넘는다. 금 1g이 6만 1000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엘라프라제 1g은 4억 6500만원으로 금보다 7600배 비싸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건강보험과 지자체 등에서 약값을 내줘 환자의 부담은 없지만 기존 치료제의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환자 치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진 교수는 이미 해온 연구를 바탕으로 신약이 아니라 엘라프라제의 효능을 개선하는 약을 개발하는 쪽으로 연구방향을 틀었다. 진 교수는 "국산약이 있어야 약의 공급도 원활해지고 약값도 싸진다"며 "희귀질환약에 대한 주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진 교수는 세포를 이용한 실험을 마쳤고 2008년부터는 녹십자에 이 물질의 기술을 이전해 본격적인 산학협력이 시작됐다. 진 교수의 연구를 바탕으로 녹십자가 대량생산과 관련된 부분을 담당하는 식이었다.
지난 2010년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31명의 헌터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했고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는 우수하고 부작용이 적다는 결과를 얻었다. 녹십자가 이약을 개발하는데 든 연구비용은 150억~200억원 수준. 식약청은 '헌터라제'라고 명명된 이 약에 대한 판매 허가를 지난 10일 내줬다.
녹십자는 올해 하반기에 국내에서 '헌터라제'를 출시하고 이후 각 나라별로 판매회사를 선정해 세계시장에 진출, 세계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헌터증후군 치료제 세계시장규모는 현재 5000억원으로 연평균 11%씩 성장하고 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헌터증후군치료제는 수년내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녹십자가 관련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게 되면 헌터라제의 연매출이 5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한편 녹십자가 희귀의약품 개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희귀의약품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성 때문에 연구개발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분야다.
녹십자는 '헌터라제' 외에도 2010년 세계에서 3번째로 3세대 유전자재조합 혈우병 A 치료제 '그린진 에프'의 제품화에 성공한 바 있으며 현재 파브리병 치료제도 개발하는 등 지속적으로 희귀의약품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고 허영섭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고인은 ‘만들기 힘든, 그러나 꼭 있어야 할 특수의약품 개발’을 강조했다. 녹십자 경영진들이 선대 회장의 뜻을 잘 지켜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