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약값 수억 독점 깬 '삼성병원·녹십자의 힘'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2.01.1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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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증후군藥 세계2번째로 개발…희귀藥 투자로 사회공헌+매출 두마리 토끼 노려

↑ 헌터증후군은 남성 10만명당 1명 꼴로 발생하며 국내에는 70여명의 환자가 있는데 진동규 교수가 담당하는 환자가 60명이 넘는다.↑ 헌터증후군은 남성 10만명당 1명 꼴로 발생하며 국내에는 70여명의 환자가 있는데 진동규 교수가 담당하는 환자가 60명이 넘는다.


'금보다 7600배 비싼 약'

녹십자 (114,300원 ▼800 -0.70%)와 삼성서울병원이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에서 2번째로 1년 치료비가 수억원에 이르는 '헌터증후군(Hunter's Syndrome)'치료제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제약기업과 병원이 협력해 사회적인 역할도 다하고 기업은 실적도 올릴 수 있는 좋은 사례라는 평가다.

지난 2002년 진동규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사진)는 '헌터증후군'치료제 개발에 돌입했다. 당시는 헌터증후군 치료제가 전혀 없던 때다.



헌터증후군은 특정 효소가 결핍돼 세포에 뮤코다당이 축적되는 선천성 유전질환으로 심할 경우 15세 전후에 조기 사망하기도 한다. 키가 잘 자라지 않고 얼굴과 골격이 부자연스러우며 운동성과 지능이 떨어지는 등 고통이 큰 질병이다.

남성 1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국내에는 70여명의 환자가 있는데 진 교수가 담당하는 환자가 60명이 넘는다.



진 교수는 "헌터증후군은 IDS라는 효소가 부족해 생기는데 이 효소를 만들어 주입하면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헌터증후군을 치료할 약이 반드시 만들어 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이오벤처들과 치료제 연구를 하던 중 2006년 미국 샤이어사의 엘라프라제라는 치료제가 먼저 세상에 나왔다. 진 교수가 연구를 진행하던 치료제와 비슷한 방식의 치료제였다.

문제는 헌터증후군 치료제가 1개 밖에 없어 약값이 비싸다는 것이었다. 엘라프라제 6mg 한 병 가격은 279만원으로 1년에 드는 약값이 3억원이 넘는다. 금 1g이 6만 1000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엘라프라제 1g은 4억 6500만원으로 금보다 7600배 비싸다.


건강보험과 지자체 등에서 약값을 내줘 환자의 부담은 없지만 기존 치료제의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환자 치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진 교수는 이미 해온 연구를 바탕으로 신약이 아니라 엘라프라제의 효능을 개선하는 약을 개발하는 쪽으로 연구방향을 틀었다. 진 교수는 "국산약이 있어야 약의 공급도 원활해지고 약값도 싸진다"며 "희귀질환약에 대한 주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진 교수는 세포를 이용한 실험을 마쳤고 2008년부터는 녹십자에 이 물질의 기술을 이전해 본격적인 산학협력이 시작됐다. 진 교수의 연구를 바탕으로 녹십자가 대량생산과 관련된 부분을 담당하는 식이었다.

지난 2010년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31명의 헌터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했고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는 우수하고 부작용이 적다는 결과를 얻었다. 녹십자가 이약을 개발하는데 든 연구비용은 150억~200억원 수준. 식약청은 '헌터라제'라고 명명된 이 약에 대한 판매 허가를 지난 10일 내줬다.

녹십자는 올해 하반기에 국내에서 '헌터라제'를 출시하고 이후 각 나라별로 판매회사를 선정해 세계시장에 진출, 세계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헌터증후군 치료제 세계시장규모는 현재 5000억원으로 연평균 11%씩 성장하고 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헌터증후군치료제는 수년내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녹십자가 관련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게 되면 헌터라제의 연매출이 5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한편 녹십자가 희귀의약품 개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희귀의약품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성 때문에 연구개발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분야다.

녹십자는 '헌터라제' 외에도 2010년 세계에서 3번째로 3세대 유전자재조합 혈우병 A 치료제 '그린진 에프'의 제품화에 성공한 바 있으며 현재 파브리병 치료제도 개발하는 등 지속적으로 희귀의약품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고 허영섭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고인은 ‘만들기 힘든, 그러나 꼭 있어야 할 특수의약품 개발’을 강조했다. 녹십자 경영진들이 선대 회장의 뜻을 잘 지켜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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