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메이시 백화점 본점 헤럴드 스퀘어점. 건방지게도 세계 최대 백화점이라고 붙여놨다.
의류는 거의 100% 수입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 투성이지만 국적은 다양했다. 멕시코, 터키 등은 예사고 요르단, 튀니지산도 있었다. 백화점이라기 보다 거대한 할인점이라고 해야 옳았다. 헐값도 고가도 아닌 중간 가격이 컨셉트 인듯 했다. 아무리 싸도 20달러(2만2500원) 이하는 잘 못봤다.
이는 월마트를 선두로 한 할인점의 공격에 맞서 미국 최대 백화점이 어떤 생존술을 구사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구색은 메이시 영업전략에서 가장 강조되고 있는 부분이다. 일단 살거리, 볼거리가 많아야 손님이 온다는 생각 때문이다.
본점 헤럴드 스퀘어는 브로드웨이와 7번 애비뉴 사이, 34번가와 35번가 사이 블럭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다. 1858년에 설립됐고 1902년에 현재의 위치로 옮겨왔다. 그 후 확장을 거듭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47년 제작된 영화 '34번가의 기적'의 무대가 된 곳이기도 하다.
추수감사절 때는 맨해튼서 캐릭터 풍선을 앞세운 퍼레이드를 연다. 중저가 전략을 취하면서 백화점 이미지가 감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홍보행사로 보인다. 8층에는 산타랜드가 있어서 어린이를 반기고 있었다. 시설은 별로였지만 역사성이 있어 그런지 줄지어 어린이들이 입장했다. 고객 트래픽을 유지하기 위한 상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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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치장하는 데는 돈을 참 안 썼다. 손바닥만한 중앙 현관으로 들어서니 맙소사! 알루미늄 섀시틀에 먼지와 때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게 아닌가. '사람이라도 써서 청소라도 하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내되어간 중역회의실과 식당은 민망할 정도로 볼품 없었다.
난간이 나무로 된 에스컬레이터는 압권이었다. 덜덜 거리는 게 백화점 최초라는 역사성을 빼면 타고 싶지 않은 운송수단이었다. 한국 같으면 벌써 통째로 리모델링하고도 남았을 백화점인데 올해부터 시작한단다. 그것도 3단계로 나눠 4년에 걸쳐 느릿느릿 공사한다.
어쨌든 특파원 생활하며 메이시를 관찰한 결과는 '참 부지런한 백화점'이라는 느낌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들의 생존전략에 신출귀몰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구색과 가격으로 어떻게든 손님을 오게 하려고 매일같이 노력하는 것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지런한 사람은 최소한 굶지는 않는다는 진리를 확인해준다고 할까.
시어즈 등 다른 백화점이 뒷걸음질 치는 와중에서도 메이시는 꾸준히 성장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270억달러로 작년동기대비 7.5% 늘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주주에게는 분기 배당도 높였다. 참고로 백화점 블루밍데일이 메이시 계열사다. 메이시보다 좀 더 고가의 상품을 취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