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분양가상한제 딜레마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2012.01.0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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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분양가상한제 딜레마


 "분양가를 올리지 못하는 게 분양가상한제 때문은 아닙니다. 현재 시장은 공급가격을 낮춰야 분양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죠."(한 건설사 분양관계자)

 정부가 기업의 장부가격대로 택지비를 인정하고 택지매입에 들어가는 이자도 실제 대출이자에 가깝게 현실화하는 등 분양가상한제를 대폭 완화했다.



건축비를 상향조정하는 내용이 빠졌지만 택지비와 가산비용을 최대한 현실화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회의 반대로 분양가상한제 폐지법안이 통과되지 않자 법안 개정을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사실상 모든 수단을 동원한 것이다. 이른바 '우회적 무력화 전략'이다.

 건설업계도 일단 정부의 의지대로 '절반의 무력화'에는 성공했음을 인정한다. 분양가의 50% 안팎에 해당하는 택지비가 현실화된 것만으로도 그렇다. 여기에 유비쿼터스와 그린하우스 건축 등에 소요되는 비싼 설비들이 건축비 가산비용에 포함돼 업체 부담이 상당부분 줄어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무력화가 갖는 정책목표를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분양가상한제는 투기수요로 인한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해 참여정부 시절에 도입된 제도다.

지금은 집값이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어 투기에 따른 가격 폭등의 우려가 없으니 불필요한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논리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해 분양가를 일정부분 높일 수 있도록 여지를 줘 업체들이 분양에 나서도록 하자는 것이 정부의 속내다.

업체들이 분양가를 높이면 집값 상승에 자극제가 돼 주택 수요도 늘 것이란 계산도 깔려있다. 물론 투기가 일어날 우려가 없다는 전제 하에서다.


 하지만 지금 시장의 현실은 정부의 계산과는 괴리가 있다. 분양가를 소폭 올려 침체된 시장상황을 호전시켜보자는 게 정부의 전략인데 현 상황은 업체들이 분양가를 높일 수 없는 구조다.

재건축조합이 분양가를 높이자고 해도 미분양에 대한 우려로 업체들이 먼저 나서 분양가를 낮추는 게 현실이다. 한 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시장상황이 좋아져야 분양가를 높일 수 있는데 분양가를 높여 시장상황을 호전시키자니 앞뒤가 안맞는 전략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좀더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함에도 묘수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정부의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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