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헌드레드'에 대처하는 자세

머니투데이 서기수 A+에셋 CFP센터 전문위원 2012.01.0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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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청계광장

얼마 전 모 TV 프로그램에서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송한 적이 있다. 전 세계의 노인 정책과 고령화 시대를 준비하는 개인들의 모습 그리고 실제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내용으로 무척 흥미롭게 시청했다.

일본에서 노인들이 많이 사는 모 아파트 지역의 주민자치센터는 일주일에 한 두번씩 아파트 건물 앞에서 전체 발코니를 보면서 며칠째 같은 빨래가 널려있으면 방문해서 혼자 사는 노인들의 안부를 챙긴다. 고령사회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피부에 와 닿는 장면이었다.



어느 사이 호모 헌드레드 시대라는 표현이 많이 들리고 있다. 인류의 조상을 호모 사피엔스로 부르는 것에 착안해 유엔이 2009년 보고서에서 100세 장수가 보편화되는 시대를 지칭하며 만든 말이 바로 ‘호모 헌드레드’이다.

보고서는 평균수명이 80세를 넘는 국가가 2000년에는 6개국뿐이었지만 2020년엔 31개국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며 ‘호모 헌드레드 시대’를 정의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연령을 뜻하는 최빈사망 연령이 90대가 되는 시점을 ‘100세 시대’로 정의하기도 한다.



그럼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최근 유아용 기저귀보다 성인용 기저귀의 판매 증가율이 훨씬 높다고 한다. 안경에 있어서도 일반 안경보다는 돋보기 안경의 판매 증가율이 월등히 높게 나오고 있다. 저출산 때문에 대한민국의 군인들 중 65%가 외아들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상품에도 나타난다. 장기 상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고 보험을 가입할 때 등록한 나이보다 더 살게 되면 연금을 주는 종신보험이 생겼다. 100세까지 연금 지급을 보증해주는 즉시연금 상품에 이어 최근엔 110세까지 보증하는 상품도 나왔다.


102살이 넘은 할머니가 대장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아 최고령자의 수술로 기네스북에 올라간다고 하니 이제 수술도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2년 글로벌 10대 트렌드’에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의 패러독스’를 포함시켜 자료를 발표했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인류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시킴으로써 인류의 삶 자체를 바꾸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년 빈곤층, 바이오디바이드 심화 등 개인적 어려움과 생산성 하락, 사회복지 재정 등 국가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발현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 ‘100세 시대’는 남 얘기가 아니다. 우리 가정과 나에게 직접 영향을 주고 실감나게 해주는 현상이자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필자가 굳이 ‘과제’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만큼 준비해야 할 사항도 많기 때문이다. 최악의 노후 준비가 ‘유병 장수’라고 한다. 병이 있으면서 오래 사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보다 더 최악의 경우가 ‘무전 장수’ 노후 준비라고 한다. 그럼 이 두가지 조건을 합치면 바로 우리가 절대로 피해야 하는 ‘유병 무전 장수’라는 생각하기도 싫은 노후가 되는데 이 두 가지 우울한 미래를 어떻게 피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호모 헌드레드’시대를 준비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최소한 월 300만원가량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하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해도 좋을 내집 한칸은 마련해놔야 한다. 병이 들어 항상 누워있지 않으려면 늘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즉, 일을 안해도 들어오는 연금이나 임대료, 기타소득의 창출과 바로 현금화시켜 긴급히 사용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목돈 등이 있어야 한다. 부부가 20년 이상 약 8만여 시간 이상을 지낼 수 있는 공통의 취미나 관심거리를 빨리 만드는 것 역시 당면 과제다.

너무나 명확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길거리 가다가 지나치는 사람들 5명 중에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일 것이고 지하철을 타면 50대는 웬만하면 서서 가야 하는 고령사회가 곧 우리를 맞이하게 된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명확한 현실에 직면해서 허겁지겁 준비할 것인가? 아니면 미리미리 준비해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남들보다 편안하고 안정된 노후를 맞이할 것인가?

2012년 새해에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화두를 독자들에게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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