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건축 '선물보따리'에 서울시 '반격'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11.12.24 09:30
글자크기

국토부,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장군' vs 서울시, 승인시 공공성 강조 '멍군'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왼쪽)과 박원순 서울시장↑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왼쪽)과 박원순 서울시장


정부의 재건축 관련 규제 해제에 대한 서울시의 반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5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사진 왼쪽)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건축 정책을 두고 설전을 펼친 이후 서울시의 재건축 심의가 더욱 까다로워졌다는 분석이다.

국토부가 '12·7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2년 유예 등 재건축 규제를 대거 풀었지만 서울시가 공공성 미확보 등을 이유로 승인을 잇따라 보류하면서 다시 빗장을 채우고 있어서다.



◇국토부, 강남 재건축 규제 '다 풀어'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2일자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대한 투기과열지구를 9년 만에 풀었다. 이에 따라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강남3구 소재 27개 단지의 조합원 2만6253명은 이날부터 조합원 지위양도가 가능해졌다.

분양권 전매제한도 간소화됐다.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SK뷰와 역삼3차 아이파크 등은 전매규제가 완전히 풀렸다. 국토부는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대한 부담금 제도도 2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키로 했다.



국토부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아예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역 지정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부동산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만큼 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투기지역 해제의 근거로 들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에 따르면 강남3구의 아파트값은 지난해 1.1% 하락했고 올 들어서도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 연속 떨어졌다. 강남3구의 집값은 투기과열지구뿐 아니라 투기지역의 지정 요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국토부의 주장이다.

◇서울시, "심의 통과하려면 공공성부터 강화해야"
이처럼 국토부가 강남 재건축 시장을 겨냥한 규제완화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자 서울시는 재건축 심의를 강화하며 맞섰다. 지난 21일 열린 제20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는 서초구 반포 한양아파트의 용적률 상향과 강남구 홍실아파트의 종(種) 상향 안건을 보류했다.


반포 한양의 경우 계획상 용적률인 262%를 법적 상한인 299.9%까지 올려 최고 29층 아파트로 지을 예정이었다. 공급 가구수는 종전 498가구에서 563가구로 늘어난다. 하지만 용적률 상향폭이 너무 커 스카이라인 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판단이다.

홍실아파트의 경우 2종에서 3종 주거지역으로 상향해 층수를 높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임대주택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1대1방식의 재건축 계획안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앞서 제19차 도계위에서도 서초구 방배동 경남아파트의 종 상향을 통한 용적률 상향 재건축 계획안이 주변지역에 위압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개포주공 2~4단지와 개포시영 등의 재건축 승인 보류도 공공성 확보가 주요 이유였다.

도계위 심의를 통과한 곳도 공공성을 상당부분 강화한 영향이 컸다. 가락시영의 경우 종 상향이 허가됐지만 임대주택과 기부채납 등 공공성이 상당부분 강조됐다. 용적률도 당초 299%에서 285%로 낮췄다. 서초구 방배동 삼익아파트는 최고 층수가 29층에서 26층으로 하향 조정하며 간신히 통과했다.

◇서울시 재건축, 주거의 질 향상에 '방점'
서울시는 앞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시내 아파트 등 관련 사업장의 경우 임대주택·커뮤니티 조성 등 공공성 강화와 함께 조망권, 녹지축, 통경축 확보 등 주거환경 개선계획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변환경과 어울리는 단지조성계획을 짜는 것도 사업 승인 결정시 필수요건이 될 전망이다.

이같은 서울시의 움직임은 강남 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을 살려 보려는 국토부의 의지를 꺾고 있다. 실제로 12·7대책과 가락시영 종 상향이 결정되자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매물이 회수되고 호가가 뛰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았다.

게다가 서울시의 잇단 재건축 승인 보류 소식이 이어지면서 재건축 시장은 재차 얼어붙는 상황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무분별한 용적률 상향을 허용해 고밀개발을 하게 되면 결국 서민들의 주거환경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용적률 상향에 따른 임대주택 확보를 포기하더라도 심의과정에서 공공성이나 주거환경의 질적인 부분을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