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매수 타이밍 "아직 멀었다"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1.12.2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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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상승후 추격매수 실종…"환금성 떨어져 보수적 투자해야"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2년 유예 등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의 빗장이 풀리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자연스레 '강남'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 8일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의 종(種) 상향(2종→3종 주거지역)을 허용해 준 점도 투자자들에겐 흥미로운 관심사다. 이쯤되면 '적절한 매수 타이밍'으로 보고 매수세가 붙을 법도 하지만 실제는 호가만 널뛰기를 할 뿐 여전히 거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시세 등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의 가치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즉 상당수 재건축단지의 경우 현재 시세와 추가 부담금을 합친 비용을 고려하면 인근 아파트값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43㎡는 재건축을 통해 전용 85㎡를 배정받으려면 2억1000만원 선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현 매매가 6억9000만원을 합치면 총 9억원이 든다. 이는 강남 인기단지로 11억원대인 도곡렉슬의 전용 85㎡보다 2억원 이상 저렴하다.



하지만 입주까지 적어도 5년 안팎 걸린다고 보면 그 기간까지의 금융비용 등을 감안할 때 투자 메리트는 크지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개포동 A공인중개 관계자는 "(개포주공1단지 43㎡가)재건축 후 입주할 때 시세가 적어도 15억~16억원 정도 형성돼야 현 시점에서 투자 메리트가 생기지만 지금 상황에선 투자 리스크가 더 크다"고 말했다.

종 샹항이 이뤄진 송파구 가락시영도 마찬가지다. 가락시영1차 49㎡ 기준(재건축 후 109㎡(전용 85㎡)) 추가 부담금은 대략 1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를 현 시세(5억8000만원)와 합치면 총 6억8000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이는 현 시점에서 인근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103㎡(전용 84㎡) 시세와 같은 수준이다.


예전처럼 재건축 후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안고 목돈을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현실이란 게 현장의 판단이다.

12.7대책 이후 강남 재건축의 호가가 수천만원 오른 후 이내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취약한 투자심리를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 발표 당일 개포주공1단지 43㎡와 49㎡ 호가는 각각 7억2000만원, 8억4000만원으로 4000만~6000만원 가량 뛰었으나 현재는 거래가 끊긴 채 호가 상승폭이 절반 정도 줄었다.

개포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43㎡ 2건만 거래됐을 뿐 매수자와 매도자간 호가 괴리가 커 매매가 다시 실종됐다"며 "경기와 주택시장의 침체 때문에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만 못한데다 주변 시세 하락으로 인해 강남 재건축도 '보름 천하'로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취득세 50% 감면 혜택이 끝나는 올해를 넘기지 않고 사려는 문의는 간혹 있지만, 저가매수 타이밍을 잡기 위해 아예 매입 시점을 내년 이후로 잡는 투자자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가락시영의 종 상향에 따른 기대감도 현재로선 투자 메리트로 부각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받아들여지기가 미지수여서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21일 강남구 삼성동 홍실아파트 등 5개 단지에 대한 종 상향(2종→3종)을 보류했다.

결국 추격 매수세가 잦아들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재건축 사업계획이 확정돼 투자가치가 명확해지는 관리처분인가 시점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호가가 올라도 매수세가 붙지 않으면 시장 원리에 따라 시세는 다시 하락할 것"이라며 "집값 상승 모멘텀이 꺾인 가운데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에선 매물 회전율이나 환금성, 투자메리트 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현재로선 추격 매수를 자제하는 게 낫다"고 분석했다.

권순형 J&K부동산투자연구소 대표는 "12.7대책이 일시적으로 재건축시장의 가격을 안정시킬 뿐 대규모 수요를 유입시키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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