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위기서 회생한 韓기업 U2O, 비결은 중국인

머니투데이 샤먼(중국)=홍찬선 특파원 2011.12.1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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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업체로는 유일하게 애플에 외장형배터리 등 액세서리 공급

스마트 통신기기 액세서리 시장의 주인공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김문겸 U2O글로벌 사장. 스마트 통신기기 액세서리 시장의 주인공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김문겸 U2O글로벌 사장.


“세계적 기업이 부도나는 위기에서도 시장은 살아있습니다. 겉으로 화려한 외형보다는 품질과 디자인 등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내실을 다지면 위기 이후의 고성장의 물결을 타고 빠르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厦門)시 졔메이(集美)구에 있는 U2O글로벌에서 지난 15일 만난 김문겸(38) 사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월급을 4개월이나 제대로 받지 못하고도 회사에 남아 버텨준 중국인 직원 덕분에 매출액 1억위안(약180억원)의 고비를 넘을 수 있었다”며 이렇게 밝혔다.



김 사장은 “‘iWALK’라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미국 애플사로부터 아이폰의 외장형 배터리와 케이스 및 아이패드 케이스 등을 납품하는 ‘애플 인증사’로 선정된 게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연간 성장률이 30~50%에 이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액세서리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를 확산시켜 미국의 벨킨(Belkin)에 버금가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위기 속에서 부도 직전까지 몰리는 고통을 겪으면서 ‘시장은 살아 있다’는 것과 ‘직원이 회사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 그리고 ‘외형보다는 내실 있는 성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며 “세계는 물론 중국에서도 품질과 디자인이 좋고 믿을 수 있으면 비싸더라도 잘 팔리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는데 가장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이 U2O글로벌을 창업한 것은 2003년12월. 한동안 휴대폰으로 선풍적 인기를 날렸던 VK모바일에서 근무했던 그는 샤먼(厦門)시에서 자본금 100만위안(1억8000만원)으로 U2O를 설립했다. “서양과 동양을 통합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는 큰 뜻으로 회사 이름도 U2O(Unify Orient and Occident)로 지었다.”

하지만 100% 외자기업으로서 샤먼에서 기업을 성공시킨다는 것은 꿈과 의지만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설립초기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왕좌왕하는 동안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회사는 문을 닫을 위기에 빠졌다. “U2O를 설립한 뒤부터 이삿짐을 모두 풀지 못하고 여차하면 중국에서 떠나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고통의 나날이었다. 하지만 “월급을 4개월이나 제대로 받지 못한 직원들이 회사에 남아 함께 회사 살리기에 힘을 보탰고, 협력업체들도 고통을 함께 나눈 덕분에 부도 위기를 넘기고 회생에 성공했다.”

김 사장은 “직원 255명 중 근속연수가 4~5년 이상된 관리직이 50%를 넘고 직원도 30%이상이 7~8년 이상일 정도로 중소기업 가운데서는 이직률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U2O에 근무하면 자동차와 집을 살 수 있고 정년 때까지 다니는 평생직장으로 삼을 수 있다는 꿈을 주고 그 꿈을 실현시켜주는 게 위기 때 월급을 받지 않고 견뎌 준 직원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는 “임직원 중 자신과 기획부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인일 정도로 현지화한 것이 조그만 성공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며 “중국인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U2O의 지속적 성장의 밑거름”이라고 강조했다. “임금은 비슷하게 주더라도 성과에 따른 성과급을 차등화 함으로써 자발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매출 1억~2억위안을 넘어선 단계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한국의 액세서리 업체 가운데 좋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많은데도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는 곳이 적다”며 “U2O는 애플을 포함해 30여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는 만큼 U2O는 디자인과 마케팅에 집중하고 생산은 아웃 소싱하는 애플 모델을 벤치마킹해 서로 윈윈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내 고급 액세서리 시장 성장률이 100%에 이르는 것에 대응하려면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며 “매출액이 3억위안(540억원)이 넘을 때가 되면 한국 등 증시에 상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인증회사를 모두 합하면 전 세계에서 25위에 들 정도로 규모가 크다. 스마트폰과 태플릿PC가 대중화되면서 액세서리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아이패드의 가죽 케이스가 500위안(9만원)의 고가에 팔리는 것처럼 액세서리지만 부속품이라기보다 주인공만큼이나 중요하다. 액세서리 시장에서 반드시 주인공이 되겠다”는 김 사장.

그는 “주식투자로 1억원 넘게 잃는 고통과 U2O가 부도직전까지 몰리는 실패를 통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지 않을지를 깨달았기 때문에” 그의 이런 꿈은 망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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