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0대뉴스]②충격과 공포… 동일본 대지진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1.12.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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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공포감 확대·서플라인 체인 붕괴

2011년 3월11일 오후 2시46분.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 센다이 동쪽 179킬로미터 지점의 산리쿠오키 해역에서 규모 9.0의 초대형 강진이 발생했다. 도호쿠(동북) 지방과 간토 지방은 물론 도쿄와 홋카이도에서도 강한 지진이 관측됐다.

그리고 곧바로 동북 해안 일대에 쓰나미(지진해일)가 밀려왔다. 미처 피난을 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파도에 휩쓸렸다. 2011년 12월17일 현재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5800여명, 실종자 3400여명까지 합해 약 2만명의 인명이 운을 달리했다.



무려 33만명 피난을 떠날 정도로 동일본 대지진의 위력은 막대했다. 우선 지진 규모부터 일본 역대 최대였다. 미 지질조사국의 관측이 시작된 이래로는 4번째 규모. 쓰나미의 높이는 최고 15미터까지 관측됐다. 미국 서부 해안에도 파도가 밀려갔다.

지진과 쓰나미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 일본 열도는 물론 전세계는 순식간에 핵공포에 휩싸였다. 지진 발생 하루 뒤인 3월1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난다. 냉각시스템이 고장 나 핵연료가 끓어올랐고 연료봉이 녹았다.



수소폭발에 원자로 건물 지붕이 날아가고,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에서도 폭발이 일어나 막대한 방사능 물질이 유출됐다.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을 뿌려댄 탓에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지하수와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원전 인근의 농수산물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됐다. 구(舊)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비교될 정도로 재앙에 가까운 일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킬로미터 안에는 사람이 들어가질 못했다. 계속되는 불안에 일본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초동 대응에 실패하고 많은 것을 은폐한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국내외에서 거센 비난을 샀다. 목숨을 걸고 원전에 들어가 사고를 수습한 이들이 없었다면 피해는 더욱 확산됐을 것이다.

전세계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탈(脫) 원전' 흐름이 확산됐다. 일본의 많은 교과서들은 "안전신화는 없다"며 원전에 대한 내용을 고쳐 섰다. 성급하다는 반론이 있지만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 원자로가 냉온 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사고 자체도 수습됐다고 선언했다.


지진과 쓰나미, 원전 사고에 일본 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일본의 경상수지는 상반기(4월~9월) 동안 흑자가 전년 동기 대비 46.8% 감소한 4조5196억엔을 기록했다. 수출이 줄면서 무역수지는 1조2517억엔 적자다. 지난 2008년 하반기 이후 5분기 만에 적자 기록이며 통계가 시작된 1985년 이후 사상 최대 적자 규모다. 또 생명보험금 지급액은 1229억엔에 이른다.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 때의 483억엔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원전 사고 손해액은 무려 5조7000억엔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줬다. 불안 심리에 엔화 가치가 급등해 선진 7개국(G7)이 시장에 공동 개입했다. 또 서플라이 체인(부품 공급망)이 붕괴돼 전세계 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일본 국민들은 아직도 불안에 떨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은 미야기현에서는 대지진 후 음주운전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증가했다. 지진 스트레스가 음주운전 증가의 원인이라고 한다. 이재민들은 지진 발생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충격과 공포, 불안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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