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유니더스 사장
학생들의 건강한 성 인식 형성을 위해 총학생회가 주관한 전시회였지만 이를 본 교수들이 진노했던 것이다. "음지에 있어야 할 물건이, 그것도 여대에서"가 이유였다.
국내 최대 콘돔 제조사인 유니더스 (1,330원 ▼1 -0.08%) 김성훈 사장은 "불법 낙태시술이 국가적 문제로 부각되는 가운데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임기구에 대한 인식 제고는 불순하거나 터부시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유니더스는 지난 1973년 서흥산업으로 출범했다. 2001년 김 사장의 부친인 창업주 김덕성 회장이 "콘돔 회사도 상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자"며 증시에 데뷔했다. 그러나 이후 투자자들에게는 기업의 펀더멘털보다는 테마주로 더 부각됐다.
처음 유명세를 탄 것은 이라크전 때였다. 미군 병사들이 총에 모래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총구에 장난삼아 콘돔을 끼운 사진이 국내에 보도됐다. 유니더스 제품이 아니었지만 주가가 상한가로 직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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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수년 전 영국에서 발생했던 슈퍼임질이 일본에서도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적에 직접 영향이 없음이 밝혀지며 곧바로 하한가로 돌아섰다.
역동적인 주가그래프와는 달리 유니더스의 실적은 기복이 거의 없다. 매년 200억원 안팎의 매출액을 내고 영업이익은 소폭 흑자와 적자를 오간다.
유니더스가 생산하는 콘돔 제품사진
매출은 꾸준하지만 영업이익은 원재료 값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통 톤당 1800~1900달러이던 콘돔 원자재 라텍스 가격이 지난해 한때 3500달러까지 올랐다. 월 150~160톤의 라텍스를 쓰는 유니더스에는 직격탄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 약 20억원의 영업손이 예상된다. 내년에는 미국과 러시아 향 계약금액에 원자재 인상분을 반영,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
국내 영업을 제3자에게 맡긴 판매망도 수익 확대를 어렵게 하고 있다. 보통 콘돔은 약국이나 소매점까지 3~4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친다. 유통마진이 늘어나면서 만만찮은 콘돔 값에도 불구하고 유니더스 손에 떨어지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콘돔이 의약품에 속해있는 것도 골치 아프다. 최근 히트상품인 롱러브(발기지속 시간을 늘려주는 기능성 콘돔)를 내놓고 허가를 받을 때도 의료기기 담당부서와 의약품 담당부서가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이런 낯 뜨거운 품목을 서로 허가해주지 않으려는 심리 때문이었다. 어렵게 허가를 내고도 '사정지연콘돔'이라는 설명 대신 '촉각예민감소콘돔'이라는 긴가민가한 문구를 케이스에 적어 넣어야 했다. '사정'이라는 말을 어떻게 쓰느냐는 담당부처의 말에 회사 관계자들은 분통이 터졌다.
◆"아랫목 박차고 나가야" 신사업 마련이 최대 현안
세계 최대의 테크노파티 독일 '러브 퍼레이드'에 설치된 유니더스 광고판 앞에서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니더스는 글로벌 콘돔시장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다. (사진제공=유니더스)
김 대표는 "그간 아랫목이 따뜻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 지금 가장 큰 고민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이제는 아랫목이 식어간다. 밖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1위인 의료용장갑(수술장갑) 시장 지위를 이용해 의료용 소모품으로 사업영역 확대를 검토 중이다. 콘돔 제조설비 수출도 함께 추진 중이다. 지난 2007년에 나이지리아에 200만달러 규모 설비를 수출한 바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 공급을 타진 중이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콘돔에 대한 터부가 많이 줄었다는 점도 호재다. 이를 반영하듯 온라인을 통해 성 보조기구와 패키지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김 대표는 "연 생산량만큼 주문이 이미 이뤄진데다 환율이 수출에 유리한 상황이어서 내년 실적 턴어라운드를 확신하고 있다"며 "올해 영업 손실만큼 내년 영업 이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니더스 주가는 21일 현재 1320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