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천막당사 시절보다 상황이 더 어렵다는 것. 그때가 태풍이었다면 지금은 쓰나미다. 길거리 천막시절보다 노심(路心)은 더 멀어졌다. 전통적 지지층인 노심(老心)들만 남았다. 또 하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그가 히든카드가 아니게 된다는 것. 모든 관중이 지켜보는 허허벌판 그라운드 한복판에 홀로 서게 됐다. 자칫 실수했다가는 돌이키기 어렵다. 야권의 어느 정치인이 예측한대로 대선에 못나오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는 당을 돌아보기 전에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친박(親朴)과 반박(反朴)을 구분할 것이 아니라 월박(越朴)을 꿈꿔야 한다. 자신과 싸워 벽을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 한나라당도 구할 수 있다. 그 벽을 넘어서지 못하면 10년 대세론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마는 인어공주처럼 말이다.
스물 한 살 조카가 뉴스를 보다가 말했다. "저분은 옛날 사진에서 걸어 나온 분 같아요." 이들은 옛날 사진 속 인물 같은 사람에게 표를 주지 않는다. 이들은 육영수 여사를 모르고, 지금은 '트윗정치'시대다. 그의 헤어스타일에서 육영수여사를 느끼는 5060세대는 이미 그의 어장이다. 잡은 고기에 계속 미끼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한나라당 의총에 나오는 것보다 사진 속에서 걸어 나오는 것이 더 급하다. 그도 급했는지 대학특강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유머모음집에 들어있을 것 같은 '암기유머'를 구사했고, 질문에 대한 답도 많은 부분 '원고읽기'를 했다. 수첩공주의 이미지만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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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에 그녀만한 여성정치인이 있다는 것은 무게감 있는 일이다. 세종시 수정안 논란에서 그는 우직함과 원칙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는 우아한 표현력도 보였다. 박근혜 대세론에는 오랜 기간 누구도 간과할 수 없는 견고함이 있다. 그래서 더 많이 자신을 돌아보며, 추억은 사진일 뿐이고, 나이는 숫자일 뿐이며, 수첩은 작은 공책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2030세대가 읽는 책을 읽고, 그들이 보는 영화를 보고, 그들이 걷는 길을 걸어보라. 페이스북 계정도 '레모네이드'쯤으로 바꾸고.
어떤 정치평론가가 말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결혼을 해봤나, 자식을 낳아 길러봤나, 사교육비 고민을 해봤나. 생활이 뭔지 모른다고.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쇼컷트 헤어스타일에 레모네이드 향기를 풍기며, 강인하고 호소력 있게 "제가 부모가 있습니까. 남편이 있습니까. 자식이 있습니까. 저에게는 오직 조국뿐입니다." 라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진짜 정공법이 아니겠는가. 그대신 준비된 원고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