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매각, "패를 모두 봤는데…"

머니투데이 원종태 정영일 기자 2011.12.0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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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 매각 "지분 과다, 경기침체" 쉽지 않아 vs "인수후보 있을 것" 분석 팽팽

"유진그룹과 선종구 회장 패를 모두 들여다봤는데 인수자 입장에선 급할 게 있겠습니까."

"인수 후보자와 물밑협상이 없었다면 공동 지분 매각이라는 승부수를 던지지 않았겠죠."

지난 1일 지분 공동 매각을 선언한 하이마트 (9,630원 ▲130 +1.37%)의 운명에 대해 다양한 관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뚜렷해지고 있는 경기침체로 가전 유통업체인 하이마트 매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제3의 인수 후보자와 물밑협상을 어느 정도 끝마치고 지분 공동 매각 선언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마트 매각이 예상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매각 대상 지분이 워낙 많아 만만치 않은 인수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최대주주인 유진기업 (3,575원 ▲30 +0.85%)과 선종구 회장, 재무적 투자자(에이치아이컨소시엄) 등 특수관계자 지분을 모두 합친 공동 매각 대상 지분은 62.50%다.

6일 현재 하이마트 시가총액을 감안할 때 단순 계산으로도 1조1200억원 가까운 규모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공동매각 대상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데 1조5000억원 이상 투자 금액이 소요될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때문에 하이마트 인수 후보자가 이런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면서까지 굳이 하이마트 지분을 62%나 매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큰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하이마트 지분 공동 매각의 가장 큰 문제는 62%에 달하는 과다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 것"이라며 "인수 후보자로서는 하이마트 경영권을 행사할 안정적인 지분만 있으면 되는 것이지 62%에 달하는 지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1차적으로 유진기업과 선종구 회장 측이 경영권 행사를 위한 지분만을 쪼개 팔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양측이 1차 매각 지분을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여서 매각 성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무적 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내년 이후 경기침체가 더욱 뚜렷해지며 가전 유통 사업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것도 공동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하이마트에 관심이 있는 인수 후보자들은 유진그룹과 선종구 회장의 패를 모두 보았다"며 "서둘러 인수에 나서기 보다는 느긋하게 기다리며 인수 금액을 낮추려 할 것이기 때문에 거래 성사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하이마트의 재무구조상 가격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무제표에 무형자산으로 계상돼 있는 1조6800억원 규모의 영업권을 인수자 측에서 인정해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세웠던 특수목적회사(SPC)인 유진-하이마트 홀딩스와 합병 과정에서 하이마트가 떠안게 된 것이다.

반면 하이마트 공동 매각이 예상외로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유진그룹과 선 회장 측이 다소 무리수로 받아들여지는 지분 공동매각을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은 특정 인수후보자와 사전조율을 끝마쳤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논리가 담겨있다.

유진그룹에 정통한 M&A 관계자는 "유진그룹과 선 회장이 공동 매각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은 어딘가에 지분을 매수해 줄 곳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아니겠느냐"며 "특정 인수 후보자가 이미 정해져 있다면 인수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이마트와 유진그룹 측은 "공동 매각 발표 이전에 특정 인수 후보자와 접촉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이미 가전 유통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이나 LG쪽에서 하이마트에 관심을 보일 경우 상황이 급반전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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