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불법 계좌대여' 가려내기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2011.12.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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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계좌 대여가 불법이라는 명확한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수탁을 거부하다보니 고객과의 마찰이 빈번할 수밖에 없죠."

최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증권·선물사에 선물계좌 대여업체 등 불법금융 투자업체에 대한 수탁을 거부토록 지시한 것과 관련해 증권 및 선물사들이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금감원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계좌 대여로 의심할 만한 업체 및 투자자에 대해 무조건 수탁을 거부토록 지시하다보니 일선 영업현장에서 직원과 고객간 실랑이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A선물사는 얼마 전 계좌 대여가 의심된 투자자의 수탁을 거부한 후 해당 투자자로부터 내용증명서를 받았습니다.



이 투자자는 "계좌 대여를 목적으로 계좌를 개설하려는 것이 아닌데 왜 수탁을 거부하느냐"며 강력히 항의했고, A선물사는 금감원에 이같은 사실을 문의했지만 무조건 수탁을 거부하라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결국 A선물사는 금감원과 투자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양측의 눈치만 보는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비단 A선물사 뿐만 아니라, 선물 계좌를 개설해 주는 여타 증권 및 선물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어 실무자들이 애를 먹고 있습니다.


선물계좌 대여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수년전부터 증권 및 선물사에서 다수의 계좌를 개설한 후, 증거금 부족으로 선물투자가 어려운 투자자들에게 계좌를 대여해 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행위가 성행 했습니다. 최근에는 선물계좌 대여가 조직적으로 이뤄지면서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결국 금감원이 선물계좌 대여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이들 업체 및 투자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빈약해 오히려 증권·선물사 영업에 혼선만 초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대부분 실명으로 계좌를 개설해 금융실명제법에 위반되지 않는데다 실제 계좌를 대여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무턱대고 계좌대여가 의심돼 수탁을 거부할 경우 업체 또는 투자자와의 마찰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얘기입니다.

금감원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명확한 법률적 근거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최초 계좌를 개설해 주는 증권 및 선물사가 자율적으로 시장을 정화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입장입니다.

불법투자행위를 근절하려는 금감원의 방침과 법의 사각지대에서 불법투자 행위로 편익을 취하려는 투자자 사이에 낀 증권사와 선물사들의 속앓이에 묘약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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