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중국고섬 상폐 이후의 선택은?

머니투데이 성화용 머니투데이 더벨 편집국장 2011.10.2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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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섬이 상장 9개월 만에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가면서 수많은 소액주주들이 다시 한번 속을 태우고 있다. 무엇이 화근인지는 대충 드러났다.

중국의 금융·회계 시스템은 어이없을 정도로 부실했다. 세계적인 회계법인과 국내 최고의 법률회사가 상장 과정을 검증했지만 소용없었다. 말 그대로 ‘차이나 리스크’가 극단화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주관사인 대우증권이 선의의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찾는 일이야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투자자들의 집단 대응도 불가피해 보인다. 시간이 흐르면 소송을 통해 법리적 판단도 내려질 것이다.

어떻게 하든 투자자의 피해를 줄일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사실 주식 투자의 본질이 그런 거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딱히 할 말도 없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중국고섬 상폐 이후’의 이슈들이다.

우선 한국 자본시장은 중국 기업을 포기할 것인가. 말 많고 탈도 많은 중국시장은 이제 지긋지긋하니 처다 보지도 말아야 하나. 물론 정답은 ‘그래도 중국’이다. 불운하게도 아직까지는 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지만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오히려 이렇게 지불한 수업료를 헛된 것으로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한국의 자본시장은 개방성과 유동성 측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옥석을 가리는 게 어려울 뿐 한국 자본시장을 살찌울 중국기업은 셀 수 없이 많다. 과도적 위험이 크다고 기피하면서 세월을 보내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이렇게 비싼 비용으로 교훈을 얻은 지금이야말로 중국 기업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연구와 장기적 관점의 마케팅이 필요한 때다.


그래서 이번 딜과 관련된 몇몇에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사태를 봉합하는 건 무익할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해 보인다. 따지고 보면 상장 심사를 통과시킨 한국거래소가 져야 할 책임의 몫이 적지 않다. 주관 증권사인 대우증권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자본시장의 성장을 위해 중국으로 눈을 돌려 동기를 부여한 거래소의 전략은 근본적으로 타당할 뿐 아니라 바람직한 것이었다. 누가 봐도 그럴듯한 실적에 글로벌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까지 보태진 기업의 상장 주관을 맡은 대우증권 역시 당시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다른 증권사들이 선망했던 딜이었고, 대우증권 경영진은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중국고섬의 성공을 확신했다. 절차상 명백한 하자가 드러나거나 도덕적 해이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결과’만으로 이 두 기관에 책임을 묻는 건 가혹해 보인다.

이런 류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성난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또는 일정 시점에서 상황을 청산하기 위해 누군가의 사표를 받거나 자리를 빼는 경우가 잦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해법이 동원될 경우 학습효과는 ‘제로’로 수렴할 것이다.

겁먹은 거래소와 증권사들은 잠시 재발방지책을 떠들다가 움츠려든 채 시장이 망각할 때까지 중국과 담을 쌓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누군가가 다시 나서 중국기업 상장에 손을 댈 것이고, 점차 사례가 늘어날 것이고, 다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자본시장 발전과 투자은행 육성의 꿈은 아예 접어야 한다.

결과에 대한 송구함이야 두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한국거래소와 대우증권은 법적, 도의적 책무를 당연히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난다면 중국고섬에 치른 대가는 매몰비용으로 처리되고 만다.

용기를 냈으면 한다. 시행착오를 지지대로 삼아 보다 치밀하고 공격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보면 어떨까. 책임을 묻는 대신 그들에게 보다 무거운 책임을 지워 이참에 제대로 한 건 해보라고 독려하는 건 어떨까.

중국고섬 상장폐지 이후의 선택을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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