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은행 배당대신 체력 비축해야"

머니투데이 박재범 오상헌 박종진 기자 2011.10.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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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시중은행장에 위기대응용 순익활용 주문...대손준비금 제도개선 'TF' 가동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에게 배당을 자제하고 내부유보금을 충분히 쌓는 등 기초체력을 튼튼히 할 것을 주문했다. 글로벌 금융 불안이 실물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큰 만큼 올해 사상 최대로 예상되는 이익을 '위기대응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10월 10일자 1면 사상 최대 은행순익, 금고 비축하라 기사 참조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권 원장은 전날 오후 우리 KB 신한 하나은행과 농협, 기업은행장 등 시중은행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주문했다. 한 은행장은 "은행권이 내부적으로 손실흡수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권 원장의 주된 메시지였다"고 전했다.



권 원장이 은행장들에게 강조한 것은 크게 다섯 가지다. △위기에 대비한 순익 활용방안 모색 △외화유동성 최대한 확보 △서민대출 등 소비자 보호 강화 △사회공헌 활동 확대 △정보통신(IT) 보안 강화 등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은행장은 "권 원장이 강조한 이슈들은 행장들이 직접 챙겨 각별히 신경 써 달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배당'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올해 은행권은 2007년(15조원)을 넘어 20조원에 육박한 사상 최대 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배당 규모도 예년에 비해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참석 은행장은 "직접적으로 배당을 자제하라는 권고는 없었다"면서도 "대손충당금과 내부유보금을 충분히 쌓자는 메시지를 통해 배당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우회적인 주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 어려움이 장기화되고 실물 위기가 찾아 올 가능성이 큰 만큼 위기에 대비해 이익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이날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시중은행들과 함께 구성한 '실무작업반' 첫 회의를 여는 등 제도 개선에 본격 착수했다. 올해부터 시중은행들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적립한다. IFRS 방식은 이미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만 충당금을 쌓도록 하고 있어 기존에 적립하던 방식에 비해 대체로 액수가 작다. 이 차이를 이익에서 별도로 분리해 적립하는 방안이 대손준비금 제도다.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는 제도인 셈이다.

대손준비금은 특히 충당금과 달리 순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배당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기준을 설정해 대손준비금을 최대한 많이 쌓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이밖에 간담회에서 글로벌 금융불안과 관련해 조달 비용이 높더라도 최대한 많은 외화 유동성을 확보해 달라고 주문했다.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소외계층 등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고 가계대출 관리 과정에서 서민대출을 확대해 달라는 주문도 내놨다.

한 은행장은 "개별은행들이 따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건 한계가 있는 만큼 감독당국과 함께 은행권과 전 금융권역이 힘을 모아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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