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의 5년 생존율 5%··· 잡스, 8년을 견뎠다

뉴스1 제공 2011.10.0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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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현상 기자) "주치의는 집으로 돌아가 신변정리를 하라고 했습니다. 죽음을 준비하라는 뜻이었죠. 그것은 내 아이들에게 10년동안 해줄 것을 단 몇달 안에 다 해내야 된다는 말이었고 가족들이 임종할 때 쉬워지도록 매사를 정리하란 말이었고 작별인사를 준비하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습니다." (2005년 6월12일 스탠포드대학 졸업식 연설문 내용中)

애플 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56)가 오랜 투병생활 끝에 5일(현지시간) 사망했다.



2004년 8월 스티브 잡스는 애플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이 췌장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수술로 완치가 가능한 상태라고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잡스는 2009년 간이식 수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이미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됐거나 재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 희귀 암, '천재에게 마지막 시간을 내어 주다'



현지 언론들은 잡스가 췌장암의 드문 종류인 '섬세포암(Islet Cell Carcinoma)'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보도했다. 미국 전역에서 1년에 단 2500건 정도 보고되는 희귀질환으로 췌장의 신경내분비 세포에서 발생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섬세포암은 췌장암 중 그나마 치료 가능성이 커 생존율이 높다. 잡스가 2004년 췌장암 진단을 받고 8년간 투병하며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잡스가 일반적인 췌장암을 앓았다면 2005년을 넘기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 9월1일 57세 나이로 사망한 할리우드 스타 패트릭 스웨이지는 2006년 췌장암 발병 이후 채 3년을 넘기지 못하고 투병 끝에 사망했다.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모든 암 중 최악이다. 국내 모든 암의 5년 평균 생존율은2008년 기준으로 59.5%에 달하지만 췌장암은 7.6%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은 이 보다 더 낮은 5% 정도다.

췌장암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절제수술이다. 잡스도 췌장암 진단 9개월 후 췌장의 윗부분을 도려내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2009년에 간이식도 받았는데 일반적인 섬세포암 치료방식을 감안하면 암이 간으로 전이돼 간이식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간이식 후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간이식을 받으려면 몸에 암세포가 남아 있지 않아야 한다. 억제된 면역시스템에 의해 암세포가 통제할 수 없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간이식 후 섬세포암이 또다시 재발하게 되면 치료가 불가능하다.

즉 잡스의 최종 사인은 아직 명확치 않지만 매우 드문 종류의 췌장암인 섬세포암을 앓다가 수술로 암세포를 없앤 뒤 간이식까지 받았지만 결국 암이 재발하면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 대한민국도 예외 아냐··· 10대 암 중 췌장암 사망률 92.4%로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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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대 10대 암 중 유일하게 췌장암만 생존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96년 암정복 10개년 계획을 세우고 위암,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간암, 유방암, 전립선암, 담낭 및 기타 담도암, 췌장암, 자궁경부암 등 10개 암에 대한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 노력을 기울여왔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주요 암의 5년 상대생존율 추이에 따르면 주요 암 5년 생존율은 1993년 41.2%에서 2008년 59.5%로 18.3%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유독 췌장암의 생존율은 9.4%에서 7.6%로 1.8%포인트 감소했다.

보건복지부는 췌장암의 생존율이 낮은 원인에 대해 "조기발견이 어렵고 진행이 빨라서 대부분 환자들이 이미 질병이 많이 진행된 이후에 진단을 받는다"며 "지난 20여년간 전 세계적으로 치료기술에 있어 괄목할 만한 발전이 없던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2008년 기준 생존율이 가장 높은 암은 갑상선암으로 99.3% 생존율을 보였다. 생존율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암은 전립선암으로 1993년 55.9%에서 2008년 86.2%로 30.3%포인트 증가했다.

◇ 췌장암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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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膵臟)이란 위 뒤쪽에 있는 길이 약 15㎝의 가늘고 긴 장기로 십이지장과 지라 사이에 수평으로 위치하는 이자(pancreas)를 말한다.

췌장암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루어진 종양덩어리이다. 췌장암에는 췌관세포에서 발생한 췌관 선암종이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췌장암이라고 하면 췌관 선암종을 말한다. 그 외에 낭종성암(낭선암), 내분비종양 등이 있다.

췌장암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또 다른 암에 비해 암 발생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암 전 단계의 병변도 뚜렷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췌장암이 발생하기 쉬운 요인에는 45세 이상 연령, 흡연 경력, 두경부나 폐 및 방광암의 과거력, 오래된 당뇨병, 지방이 많은 음식 섭취 등이 있다. 최근에는 만성 췌장염과 일부 유전질환에서 췌장암 발생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증상으로는 췌장암 환자 대부분에서 복통과 체중 감소가 나타나고 췌두부암 환자 대부분에서 황달이 나타난다.

췌장의 체부와 미부에 발생하는 암은 초기에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시간이 지나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밖에도 지방의 불완전한 소화로 인해 기름진 변의 양상을 보이는 지방변, 회색변, 식후 통증, 구토, 구역 등 증상이 있다. 당뇨병이 새로 발생하거나 기존 당뇨병이 악화되기도 하고 췌장염 임상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일부환자에서는 위장관 출혈, 우울증이나 정서불안 등 정신장애, 표재성 혈전성 정맥염이 나타나기도 한다. 허약감, 어지러움, 오한, 근육경련, 설사 등 증상이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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