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빈 자리가 큰 이유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11.10.0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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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가 단 한개도 보이지 않게 만들어라"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기 전인 2006년, 고(故) 스티브 잡스(사진)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디자인 책임자를 불러 지시했다. "스마트폰을 만드는데, 나사가 단 한 개도 보이지 않게 만들라" 나사가 보이면 애플이 추구하는 디자인 컨셉인 '단순함'과 상충된다는 이유였다.

스티브 잡스의 빈 자리가 큰 이유


그러나 그 담당자는 그 일을 해내지 못했다. 겉에는 나사가 보이지 않았지만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뒷뚜껑을 열면 내부에 나사가 보였다. 잡스는 그것마저 용납하지 않았다.



결국 그 디자인 책임자는 교체됐다. 그리고 그 후임자가 나사가 단 한개도 보이지 않는 지금의 아이폰 디자인을 완성했다. 그 대가로 아이폰은 배터리를 수시로 교체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잡스는 '배터리 교체'보다 '나사'에 더 집착했다. 내장형 배터리로는 아이폰을 반나절 밖에 쓸 수 없다는 내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잡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자 소비자들은 내장형 배터리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기보다는 나사 하나 없는 '단순한 디자인'에 열광했다. 잡스의 확신이 옳았던 셈이다.



잡스가 이룬 아이폰 신화는 이 같은 '천재적 직관력'과 '저돌적 추진력'이 결합된 결과였다. 또 "잡스를 믿고 따르면 성공한다"는 애플 직원들 사이의 '승리의 확신'도 한몫했다.

지난 8월24일(현지시간) 잡스가 CEO 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시장은 잡스가 병상에서 애플의 경영 전반에 대해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6일 잡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더 이상은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애플이 지난 4일(현지시간) '아이폰5'가 아닌 '아이폰4S'만을 발표한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아이폰4를 내놓은 뒤 1년3개월 동안 이뤄낸 것이 고작 중앙처리장치(CPU)와 카메라를 개선하고 음성인식 기능을 추가하는 것 정도였냐는 것이다. 잡스와 같은 추진력의 부재가 낳은 결과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잡스 체제 아래에서 애플은 1년에 하나 꼴로 완전히 새로운 아이폰 모델을 출시해왔다.


문제는 오롯이 잡스를 잃은 애플이 과거처럼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여부다.

과거 역사를 보면 천재 리더가 떠난 뒤 내리막 길을 걸은 미국 기업들의 사례가 적지 않다. 리 아이아코카가 이끌던 자동차업체 크라이슬러, 잭 에커드가 세운 약국 체인 에커드, 헨리 싱글턴의 정보기술(IT) 기업 텔레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베스트셀러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는 "'천명의 조력자를 가진 한명의 천재' 모델은 지속 실패 기업들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패턴"이라며 "위대한 사업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이 위대한 회사를 세우는 과업에서는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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