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닛케이 "韓, 부동산 불패 신화 붕괴"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1.09.0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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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침체에 소비심리 악화… 수출 호조의 그늘에서 내수 불안"

부동산 불패 신화와 부동산 거품 붕괴. 지난 1980~1990년대에 이같은 과정을 겪은 일본이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에 충고를 전했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무너지면서 소비심리가 악화되고 내수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6일 '한국, 무너지는 부동산 신화'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한국에서 반드시 상승한다고 믿어졌던 부동산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파트 매매 건수와 거래 가격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



이는 개인소비와 건설투자의 발목을 잡아 가계부채 팽창, 중소 금융기관 경영악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원화 약세를 무기로 수출 주도로 강력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국내 경제에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서울 근교의 베드타운인 용인시의 경우 간선 도로변에 늘어선 신축 고층아파트 중 밤에도 불이 켜져 있는 가구는 절반 정도에 이른다. '분양 중, 가격 문의'와 같은 현수막이 걸린 것은 물론 완공된 지 1년이 다된 아파트도 '가격인하'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지난 7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는 1만3800건으로 지난 2009년만큼 최악은 아니지만 과거 5년 평균치를 20% 정도 밑도는 것이다. 지방은 비교적 견조하지만 인구의 40% 이상이 집중돼 있는 수도권의 침체가 미치는 영향은 크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여름 이후 매달 소폭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약 80평방미터 중고 아파트 가격은 약 9억원으로 피크 때에 비해 2억원 낮다. 일부에선 가격 하락폭이 더 크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6.2%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4%대 중반으로 예상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원화 약세에 힘입은 '성장 엔진' 수출 덕분이다. 민간 소비 주체의 내수는 힘을 잃고 있다. 바로 부동산 시장의 장기 불황 때문이다.


한국의 가계 자산은 80%가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2배에 이른다. 부동산 시장 경기가 체감경기와 소비심리를 결정하는 영향력이 크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차익을 노린 전매가 어렵게 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부동산을 축으로 하는 가계 자금 회전도 둔화됐다.

2007년까지 활황기 동안 수요 예측을 무시하고 쏟아져 나온 물량들이 부동산 매매 침체의 배경이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2만6000가구로 높은 수준이어서 앞으로도 계속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께부터 예상되는 인구 감소 등으로 '버블 붕괴 후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에 대한 경계감도 있다.

아울러 새로운 위기의 싹도 피고 있다. 매매 수요는 임대로 흘러들어 서울시내 아파트 임대료는 지난해부터 매달 두 자릿수의 상승률로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에 대출했던 중소 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은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10~15개 은행들의 경영이 불안한 상태다.



이같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자택을 소유하지 않은 저소득층 사이에서는 가격 하락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정상화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의견이 강하다.

이명박 정권은 가뜩이나 '대기업·돈 우대'라는 비판이 따라다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특별한 조처나 가격 상승을 이끄는 정책에 발을 디디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의 부작용과 내수 침체가 연동하는 구도는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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