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이벤트’에서 찾은 中 대륙공략 작전명

머니투데이 홍찬선 베이징특파원 2011.09.19 09:21
글자크기

[머니위크]홍찬선 특파원의 China Report<5>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비행기로 2시간도 채 안 걸린다. 1년에 왕래하는 사람이 600만명을 넘고, 교역량도 2000억달러를 초과했다. 5000년 역사도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1948년부터 1992년까지 국교가 단절돼 있던 44년 동안, 매우 멀어졌다. 아직도 생각과 체제에서는 좁혀야 할 게 많다. 차이나 리프트는 홍찬선 머니투데이 베이징 특파원이 2주에 한번씩, 먼 중국을 가깝게, 가까운 중국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난 8월21일과 27일, 중국에서는 두 가지 중요한 행사가 열렸다. 보통 사람들이야 별관심이 없는 행사였지만 기업가와 투자자들은 반드시 의미를 새겨봐야 할 이벤트였다. 하나는 톈진(天津) 빈하이신구의 보하이(渤海)상품거래소에서 열린 ‘양스차이징(央視財經)50지수’ 출범식이었고 다른 하나는 베이징 팡산취(房山區)에서 열린 ‘2011 장양(長陽)음악제(FunHill Music Festival)’였다.

언뜻 봐서는 전혀 관련이 없는 두 행사를 연결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보이는 손’이다. 보이는 손이란 정부의 정책이다. 중국은 정부의 힘이 강하다. 개혁과 개방이 추진된 1978년 이후 시장경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아니라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다. 정부가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그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편다.



중국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 즉 ‘보이는 손’에 남보다 앞서 따라가면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많다. 반면 정책 방향을 거스르는 기업은 성공하기는커녕 도산의 비극을 맞이할 확률이 높다. 한국에서도 1960년 이후 경제개발 과정을 겪으면서 정부 정책에 부합한 기업은 글로벌 거대기업으로 발전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의 이름은 거의 사라진 것과 비슷하다.





◇양스차이징50지수가 뜻하는 '보이는 손'은?

양스차이징50지수는 중국 정부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기업상(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지수는 중국중앙방송국(CCTV) 2번 차이징(財經)채널 주관으로 증권감독위원회, 상하이증권거래소, 선전증권거래소, 증권업협회 등이 참여해 만들어졌다. 베이징(北京), 후단(復旦), 런민(人民), 난카이(南開), 중양차이징(中央財經) 등 중국을 대표하는 5개 대학교 교수들이 평가단에 참여했고, 중국회계사협회와 신용평가회사인 따꽁(大公)도 참여했다. 한마디로 중국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주요 기관들이 참여해 만든 것이 바로 양스차이징50지수다.

양스차이징50지수는 2200여개 상장회사 중에서 1차적으로 실적과 배당 등 기본적 재무제표를 통해 991개사를 선정하고 2차적으로 혁신성 고배당 성장성 지배구조 사회책임 등 5개 부문에서 우수한 100개사를 선발했다. 3차적으로는 100개사를 대상으로 전문가들이 종합적으로 평가해 50개사를 최종 선정했다.

‘양스차이징50지수’에 선정된 기업은 17개 업종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이들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5910억위안으로 전체 상장회사의 33%에 달하며, 배당액은 2044억위안으로 40%를 차지했다. 주당 순이익은 평균 1.12위안으로 전체 평균보다 2.29배나 많다. 재무제표 상으로 우수한 이들 기업의 주가는 지난 1~6월 중에 28%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가 15%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43%포인트나 초과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양스차이징50지수 편입종목을 살펴보면 항공, 정유, 자동차, 고속전철, 증권사, 포털 등이 누락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고속전철회사는 지난 7월23일 밤 원저우(溫州)에서 발생한 고속전철 추돌 및 추락사고로 40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당한 대형 참사 때문에 빠졌을 것이다. 항공과 자동차는 주요 산업이기는 하지만 에너지소비가 많고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다. 정유와 증권사는 수익을 많이 내기는 하지만 사회적 모범을 보이고 있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을 것이다.

결국 양스차이징50지수가 제시하는 ‘보이는 손’은 ▲미래를 향한 혁신과 성장을 지속하면서도 ▲주주들에게 배당을 제대로 하고 ▲좋은 지배구조를 확립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라는 것이다. 그런 기업에 대해선 확실하게 지원해 성장발전을 돕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강화된 각종 규제를 통해 강제로라도 변신시키겠다는 것이다.



◆문화격차 해소 나선 '보이는 손' 장양음악제

베이징 팡산취(房山區)에서 열린 ‘2011 장양(長陽)음악제(FunHill Music Festival)’가 제시하는 ‘보이는 손’은 국민들에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팡산취는 베이징 서남부에 위치한 70만년 전에 살았던 베이징 원인(北京 猿人)의 유적지가 있는 곳. 이런 문화적 요소에 인기가수를 출연시킨 음악제를 개최함으로써 문화체험에 뒤떨어져 있는 서민들의 문화격차(Culture Divide)를 축소하겠다는 의도다.

지난 8월26일에 개막돼 28일까지 3일 동안 이어진 장양음악제는 하루 관람객이 6만~7만명에 달했다. 1인당 입장료는 150위안(2만5500원), 3인 가족이 함께 올 경우 450위안으로 꽤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주말을 맞아 가족이 함께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면서 음악도 듣고 맛있는 음식도 사먹는 축제를 위해선 기꺼이 지불하는 것이다. 올해 2회째인 장양음악제는 중국의 인기가수인 왕펑(汪峰)이 홍보대사를 맡고 신장자치구 출신의 인기가수 아이사카얼과 타이완 프랑스 등에서도 유명가수들도 출연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는 10월 열릴 예정인 공산당 전당대회의 2대 안건 중 하나를 문화격차(Culture Divide) 해소로 제시하고 있다. 문화격차 해소를 안정적이고 지속적 경제발전을 위한 개혁개방과 어깨를 나란히 놓을 정도로 강조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이나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아이템이 바로 문화라는 것이다.

중국은 21세기 내내 한국에게 아주 중요한 나라다. 중국에서 성공하는 기업과 투자자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앞서 나갈 수 있다. 중국 지도자들이 강조하는 것이 무엇인지,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이 중점을 두고 보도하는 이슈들이 무엇인지를 면밀히 관찰하면 성공으로 이끄는 ‘보이는 손’이 드러날 것이다. 양스차이징50지수와 장양음악제와 같은 ‘보이는 손’을 잘 보는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행운의 여신도 환한 성공의 미소를 보낼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