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강타 '불꺼진 뉴욕'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11.08.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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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정전 230만명 대피, 전철 등 대중교통 전면중단

초대형 허리케인 아이린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동부 해안지역을 강타, 최소 9명이 사망하고 100만명에 대한 전력 공급이 끊기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에서는 11세 아동을 포함해 2명이 쓰러진 나무가 아파트 단지 등을 덮치면서 숨졌고 플로리다 주에서는 피서객이 높은 파도에 휩쓸려 사망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선 한 남성이 판자로 집을 두르다 심장마비로 숨졌다.



아이린으로 인해 동부 해안지역 주민들의 불편함도 가중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 메릴랜드 주 등의 100만여 가구와 업소의 전력공급이 중단됐고 산사태와 주택파손 등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또 미 전역에 걸쳐 1만여대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26년 만에 허리케인 경보가 내려진 뉴욕시는 28일 낮부터 아이린의 영향권에 들게 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시 지하철과 버스 등 주요 대중교통 수단은 사상 처음으로 전면 중단됐다. 또 로워 맨해튼에서는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고립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력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뉴저지와 코네티컷 해안 지역에서 가동중인 원전들은 강풍과 폭우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발전 용량을 낮추기 시작했다. 도미니언 리소시즈는 코네티컷 주 뉴 런던에 있는 밀스톤 원전의 발전 용량을 절반 이상 줄였다.

미 적십자사는 현재 허리케인 북상 경로에 있는 6개 주에서 1만3000여명의 주민이 임시대피소로 피신한 상태이며 대피소를 추가로 설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피명령은 지금까지 최소 230만명에 대해 내려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워싱턴에 있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방문해 노스 캐롤라이나, 버지니아, 코네티컷 등 9개 주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긴 72시간이 될 것"이라며 "수많은 가정이 피해를 볼 것이 명백하다"며 경계를 당부했다.


아이린은 1985년 글로리아 이후 뉴욕을 강타하는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등급이 5단계에서 위험도가 낮은 1등급과 2등급 사이였던 글로리아로 발생한 피해액은 65억달러로 집계됐다.

부동산정보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아이린이 1등급 허리케인으로 남는다는 가정하에 뉴욕시와 롱아일랜드에 있는 8만여가구가 허리케인 피해에 노출돼 있으며 이는 350억달러로 추산된다.

27일 새벽 미 본토에 상륙한 아이린은 오후에는 최고 풍속이 시속 8O마일(129㎞)로 전날의 100마일(161㎞)보다 약해진 상태이며 등급은 1등급에 속한다. 28일 뉴 잉글랜드까지 도달한 뒤 열대성 폭풍으로 약화되고 이후 캐나다 동쪽 끝을 지나 대서양에서 소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허리케인 아이린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미 동부지역 정유시설이 가동을 중단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휘발유 가격 상승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동부 해안에 위치한 정유시설은 아이린이 도달하기 전에 가동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앞으로 수주 동안 휘발유 가격이 15~20센트가량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린이 지나간 다음에 정유시설이 가동을 재개하는데는 수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100% 가동에는 거의 한달가량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부 지역 정유 시설은 미국의 석유 정제량의 10%가량을 차지한다.

뉴저지에는 코노코필립스, PBF에너지, 세브런 등의 정유시설이, 펜실바니아에는 수노코와 코노코필립스의 시설이 있다. 델라웨어에는 PBF의 정유시설이 가동중이다. 이 세 지역의 총 일일 정유량은 135만8000배럴이다.

AP통신은 아이린의 미국 상륙에 맞춰 불안심리로 휘발유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뉴저지와 펜실바니아에서는 27일과 28일 밤 사이에 휘발유 가격이 3센트 올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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