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현재 10개 혁신도시와 세종시로 이전하는147개 공공기관 가운데 27개 기관이 신사옥 착공에 들어갔다. 오는 25일 한국도로공사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총 80개 공공기관이 신사옥 착공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유한준 국토해양부 공공기관이전추진단 부단장은 "공공기관 이전 사업을 조속히 완료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며 "지방 이전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기존 사옥 매각 등 이전 현황을 꾸준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된 데는 참여정부의 국책사업이었던 공공기관 이전이 현 정부 들어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게 사실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이 전 정권의 정책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묻혀 있었고 공무원들이나 공공기관들도 모른척하고 넘어갔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에 다시 속도를 내는 이유는 뭘까? 그 만큼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지방 균형 발전과 수도권 집중화 현상 완화를 통해 국가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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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은 176개 기관(약3만2000명)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연간산업을 포함해 일자리가 총 13만3000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생산과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각각 연간 9조3000억원, 4조원으로 추산했다.
김태환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가의 중추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이 지방에 내려가면 새로운 발전 동력을 제공하게 된다"며 "생산과 부가가치 유발효과보다 구매력 있는 고급 일자리 창출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이전 효과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가 진주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그 폭발력을 확인시켜줬다. 올해 진주와 전주는 LH 본사를 유치하기 위해 주민들은 물론 지역 정치인까지 나서 치열한 유치전을 벌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시 진주와 전주의 LH 유치 경쟁을 보면서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다시 보게 됐다"며 "공공기관을 하나 옮기는 데도 이정도 인데 147개를 옮기면 얼마나 파급효과가 크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이전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전 기관과 협력업체, 대학 등의 연계발전과 정주 여건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황희연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이전의 성패는 혁신도시에서 관련 산업을 유치해 기술혁신이 자체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산업단지 용지를 저렴하게 임대하는 임대산업단지 등 지원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방 혁신도시로 내려간 사람들이 쾌적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학교와 병원은 물론 문화, 여가 시설 등 정주여건 조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 이전재원 마련 문제도 걸림돌이다.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한 기존 청사 등 부동산을 매각해 이전 재원을 마련할 계획인데 부동산 침체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 동안 부동산 시장이 워낙 좋지 않아 공공기관의 부동산 매각이 차질이 빚고 있지만 각종 후속대책을 추진하고 있어 재원 문제는 점차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