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1등주 삼성전자 시총이 이달에만 28조원 공중분해 됐다. 단순히 전기전자(IT)업황 부진 전망을 넘어서 증시 중심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28조 증발의 의미
2등주 현대차 (241,000원 ▼8,000 -3.21%)는 1조4318억원이 날아갔다. 현대모비스 (226,000원 0.00%)는 1조117억원, LG화학 (403,500원 ▼1,500 -0.37%)은 1조1398억원이 공중분해 됐다. 포스코 (403,500원 ▲4,500 +1.13%)(7803억원), 기아차 (113,900원 ▼5,700 -4.77%)(7339억원), 현대중공업 (128,300원 ▼1,200 -0.93%)(8474억원), 신한지주 (46,450원 ▲650 +1.42%)(2656억원), SK이노베이션 (109,600원 ▲600 +0.55%)(7397억원), KB금융 (73,700원 ▲1,400 +1.94%)(4308억원)도 예외없이 쪼그라들었다.
불과 3주일만에 수조원씩 사라진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비이성'적이란 평가를 내린다.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지나치게 주가가 밀리고 있다는 것. 특히 대장주 삼성전자의 위축은 역사적으로도 '이례적'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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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1등주인 삼성전자의 경우 5% 이상 급락한 것은 과거 사례로 볼 때 이례적"면서 "시장의 불안심리가 이전보다 강하게 투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 부진은 IT업종에서 국한해서 보기 보단 시장 방향성 측면에서 시사점이 있다"면서 "추가적인 주가 약세가 시작되거나 주가 바닥권을 형성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통계적으로는 삼성전자 급락 후 국내 증시가 기술적 반등에 나설 확률이 높다는 것. 하지만 반등의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격매수보다 포트폴리오 변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1일부터 이날까지 시총상위 종목의 지각변동도 빠르다. 주인공 '화정자'가 일제히 조연급으로 밀렸다. LG화학이 6위에서 8위로, SK이노베이션이 9위에서 13위로, S-Oil (70,300원 ▲200 +0.29%) 12위에서15위로, OCI (96,300원 ▲1,500 +1.58%)가 28위에서 45위로 주저앉았다.
IT업종 추락도 드라마틱하다. 하이닉스 (173,200원 ▼400 -0.23%)는 14위에서 21위로 무려 7계단이나 내려왔다. LG (77,100원 ▼700 -0.90%)(16위→25위), LG전자 (92,400원 ▲900 +0.98%)(21위→29위), LG디스플레이 (10,550원 ▲170 +1.64%)(30위→39위)도 줄줄이 뒷전으로 밀렸다.
이 와중에 내수주의 약진은 눈부시다. 롯데쇼핑 (69,700원 0.00%)이 17위에서 11위로 올라섰고, SK텔레콤 (50,800원 ▼200 -0.39%)(20위→14위)과 KT (34,500원 ▼100 -0.29%)(25위→19위) 등 통신주도 주연급으로 캐스팅됐다. 삼성화재 (301,000원 0.00%)(23위→18위), NHN (194,600원 ▲5,800 +3.07%)(29위→24위), KT&G (92,100원 ▲1,200 +1.32%)(35위→20위), 고려아연 (463,000원 ▲3,000 +0.65%)(38→27위)도 상위주로 등극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가파르게 올랐던 '화정자'가 경기 부진 우려 속에 뒤로 밀린 반면 내수주는 상대적인 수익률이 좋았다"면서 "3분기 바닥을 확인한다면 기존 주도주가 복귀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내수주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