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약가인하 제도, 다국적사가 더 '악' 소리 난다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1.08.2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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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만료 1년 지나면 오리지널 약값 '반토막'

"가만히 앉아서 매출 수백억원이 날아가게 생겼습니다.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지도 못할 정도입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약가인하 대책에 대한 다국적제약사 임원의 말이다. 지금까지 다국적제약사들은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에서 국내 제약사보다 피해가 적었다.

정부의 정책이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에 초점이 맞춰져 오리지널약은 약가인하의 영향이 적었던 탓이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는 특허가 끝난 오리지널약의 약가를 일정시간이 지나면 제네릭과 동일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22일 관련업계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오리지널약의 특허가 끝나면 약값을 기존 가격의 70%만 인정해주기로 했다. 또 특허가 만료되고 1년이 지나면 오리지널약의 약값은 기존가격의 53.55%로 떨어진다. 앞으로 특허가 끝나게 되는 오리지널약은 1년 만에 약가가 반토막이 나는 셈이다.



특히 이런 방식은 기존 약들에도 적용돼 내년 상반기에 대부분의 오리지널약의 약값이 기존 가격의 53.55%로 인하된다. 지금까지 특허가 끝난 오리지널약은 기존 가격의 80%를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순식간에 약값이 26%포인트 이상 떨어지게 될 처지다.

이에따라 오리지널약의 약가 인하폭이 제네릭보다 더 크게 됐다. 제네릭은 지금까지 오리지널약 가격의 68%만 인정받았다. 또 등록순서가 늦은 제네릭은 오리지널약 가격의 50%대 약가를 받고 있다.

다국적제약사 한 임원은 "특허만료 오리지널약의 약가인하 폭이 너무 커 이 충격을 흡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큰 폭의 매출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들도 오리지널약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이 같은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약 234개중 지금까지 출시되지 않은 새로운 기전을 나타낸 신약은 15개 미만에 불과했다. 국내에 출시되는 신약도 지난 2007년 65개에서 지난해 48개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국적제약사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특허가 만료되기 전에 마케팅에 집중해 수익을 올리고 특허가 끝나면 마케팅을 확 줄이는 전략을 펴왔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오리지널약의 수가 줄어 특허가 끝난 제품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커졌다"고 말했다.

게다가 다국적제약사들은 비교적 비싼 값에 약을 들여오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약을 만드는데 들인 매출원가율는 50% 내외지만 다국적사들은 60% 수준이다.

지난해 화이자의 매출원가율는 매출액의 63%, MSD는 62%, 노바티스는 60%였다. GSK와 사노피-아벤티스의 매출원가율은 57%지만 이 역시 국내 제약사보다는 높다.

다만 국내 보험약가가 조정되면 수입약값을 조정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본사와의 가격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이는 본사의 수익구조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큰 폭의 수입가 조정을 어려울 수도 있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에 별 비판이 없었던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가 이례적으로 복지부 약가 인하 방안에 대한 전면 수정을 요구하고 나선 데는 이 같은 속사정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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