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폭우로 낡은 재건축 아파트들이 특히 큰 피해를 입었는데요, 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경우 주민들로부터 수리비 명목으로 걷은 장기수선충당금이 무려 100억원이 넘는데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묘한 재건축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의 실태를 박동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어진지 30년이 넘은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외벽 곳곳이 벗겨지고 갈라져 있습니다.
4천여 가구가 아파트 수리비로 매년 9억원씩 내는 셈입니다.
하지만 수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다보니, 쓰지 않고 쌓아놓은 장기수선충당금은 132억원이나 됩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여기에 3년마다 아파트 수리 계획을 새로 짜야한다는 규정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경순 / 재건축아파트 주민
"어디에 쓰이는지는 자세히 본적은 없어요. 돈을 비축하고 있으면서도 안했다면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피해를 보니까 그건 미리미리 써야한다고 봐요."
이처럼 장기수선충당금 지출에 인색한 건 재건축 때문입니다.
재건축 대상인데 굳이 쓸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을 아예 적게 걷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다른 재건축 아파트는 5,000여 가구나 되지만 장기수선충당금은 12억원에 불과합니다.
[스탠딩]
이 장기수선충당금이 제대로 쓰이는 지 관리 감독해야 할 강남구와 서울시는 사실상 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아파트 수리는 주민들의 자치 영역인데다 인력마저 부족해 정기적인 점검을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녹취] 강남구청 관계자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힘든 부분이고요. 안전진단 통과가 최우선 목표였을 것이고,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그런 공사를 하는 것을 좀 꺼려할 수있고요."
그러나 실제론 재건축을 추진하는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방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파트 수리 계획이 없거나 비용을 적립하지 않은 경우에만 과태료를 부과할 뿐인 느슨한 규정도 장기수선충당금의 장기 방치에 한 몫 하고 있습니다.
침수 피해로 불거진 재건축 아파트의 장기수선충당금을 둘러싼 불만이 커지고만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박동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