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감성과 소통하는 통신서비스

머니투데이 설정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상근부회장 2011.08.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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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감성과 소통하는 통신서비스


"엄마, 경찰에게 빨리 와달라고 해주세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경찰도 알고 있단다. 율리야, 5분마다 살아 있다는 문자를 보내주겠니?" "죽을까봐 두려워요." "꼭 숨어 있으렴. 아무 데로도 움직이지 마."

지난 7월 22일 노르웨이에서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노동당 청년 캠프가 열리던 우토야섬에서 공포의 살육극을 벌이는 동안, 16세의 율리 브렘네스라는 여학생이 엄마 마리안네와 주고받은 휴대전화 단문메시지 대화내용이다. 모녀의 문자메시지는 테러범이 경찰에 체포된 사실이 알려지기까지 두 시간여 동안 계속되었다.



조그만 섬 속에서 벌어진 광기의 현장에서 휴대전화 단문메시지는 단순한 정보전달의 도구를 넘어선 구실을 했다. 딸은 “무섭기는 하지만 패닉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했고, “우리도 널 정말 사랑해”라면서 엄마는 딸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확인사살까지 이뤄지는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이때 단문 메시지가 위력을 발휘하여 두려움에 떨고 있던 10대 소녀가 안정을 찾고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단문메시지라는 간단한 소통의 도구가 복잡한 감성적 교감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극적인 사례라고 하겠다.



그동안, 정보통신기술(ICT)이라고 하면 정보와 지식의 효율적인 처리나 높은 서비스 품질과 같은 기능적 목표가 강조되곤 했다. 즉, 감성적인 측면보다는 최첨단의 기술과 서비스라는 도구적 우수성이 중요하게 여겨졌다는 말이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의 근본은 ‘소통’이라는 사실은 별할 수 없는 본질이다. 정보통신기술로 부터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을 위한 지식과 정보가 유통되어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공감대를 얻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른바 ‘시티멘탈(City-mental)'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티멘탈족이란 도시를 뜻하는 시티(City)와 감성을 뜻하는 센티멘탈(Sentimental)이 결합된 신조어다. 이는 효율성과 빠른 속도가 강조되는 첨단 문명 속에서도 풍부한 감성으로 일상을 영위하는 감성적인 도시인을 일컫는 말이다. 시티멘탈족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을 일상적으로 활용하면서도 감성을 통한 소통과 인간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라고 하겠다. 이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감성으로 버무려 인간적인 기술을 추구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다고 시티멘탈족이 아주 특별한 사람들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고 사회적 이슈를 함께 나누고 있다. 영상 통화로 먼 거리의 가족과 한 자리에서 대화하는 듯한 경험을 해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는 모두 시티멘탈족을 향해 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만큼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여 감성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범위는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간혹 정보통신기술이 주도하는 사회가 여러 매체를 통해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갖가지 해킹사건이나 인터넷 사기 사건들이 뉴스에 오르내리면 개인의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된 어항속의 금붕어가 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고도화된 도시 속에서 시티멘털족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정보통신기술 속에 인간적인 감성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노르웨이의 우퇴위아섬에서 단문메시지가 그랬던 것처럼 삶의 진정성이 담긴 소통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더 많은 감성적 소통이 이루질 수 있도록 통신의 본질에 충실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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