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산 대우건설 임원 120여명 주가폭락에 '씁쓸'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2011.08.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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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1인당 7천만~9천만원, 총 110억 자사주 매입...11일동안 34% 폭락

대우건설 (3,960원 ▼55 -1.37%) 임원 120명의 표정이 요즘 좋지 않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국내 증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우건설 주가도 급전직하하고 있어서다. 주가 폭락이 비단 대우건설만의 일도 아니지만 이 회사 임원들의 사정은 남다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임원 120여명은 지난해 말 자사주 93만4000여주를 주당 1만1500원에 매입했다.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인수를 앞두고 대규모 주식이 시장에 풀릴 경우 주가 하락의 부담이 있는데다, 경영정상화에 대한 자신감을 대내외에 표방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상무급은 7000만~8000만원, 전무급 이상 사장까지는 8000만~9000만원 가량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임원들의 주식 매입 규모는 총 110억원 가량에 달했다. 일부 임원들은 은행 대출을 끼고 자사주를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대우건설 (3,960원 ▼55 -1.37%) 주가는 산업은행 인수 등의 호재로 1만5400원(1월19일 종가기준)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곧바로 리비아 사태란 복병을 만나면서 주가는 다시 9000원대로 고꾸라졌다.



1분기 흑자전환에 이어 2분기 대규모 영업이익을 내면서 대우건설의 주가는 다시 상승세를 탔다. 지난 7월25일엔 1만3650원까지 올라 2월10일(1만3300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억달러 규모의 오만 가스플랜트 수주, 대한통운 주식 매각 등의 호재가 겹치며 주가는 상승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발 악재로 대우건설 주가는 다시 급락하고 있다. 9일엔 10% 이상 폭락하며 9000원대가 무너졌다. 11영업일 만에 35% 가량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매입가와 비교하면 120여명의 임원이 총 24억원 가량의 평가손을 보고 있는 셈이다.

한 임원은 "매입 후 6개월 뒤 주식을 팔 수 있게 돼 있어 대출을 끼고 산 임원 중 일부는 주가가 올랐을 때 판 것으로 들었다"며 "주가 하락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산업은행 체제 하에서 장기적으로 주가가 올라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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