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안정되려면 정치력이 필수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최종일 기자 2011.08.0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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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마지막 증시 구원 투수, 정치권 리더십은 제 역할 못하고 있어

5일 홍콩, 일본, 한국, 호주 등 주요 아시아 증시가 폭락했다. 전일 미국 유럽 주요 증시가 대폭락하며 시장을 패닉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을 뒤덮으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금값 모두 하락했다. 이에 반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스위스 프랑, 엔, 미 국채 등은 빛나는 하루였다. 이제 관심은 패닉이 언제 어디까지 지속되느냐다.



◇문제는 유럽=이코노믹 타임 본드 펀드의 엔지오 본 프페일 설립자는 유럽 미국 증시에 이어 한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급락세에 처한 것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감각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난항끝에 채무한도 증액에 논의했지만 주택·제조·소비·경기 지표가 모두 부진한 데다 재정적자를 줄이면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더블딥'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는 얘기다.



이날 유가를 비롯해 광산 업종 등 원자재 관련주가 급락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세계최대 광산업체인 리오틴토는 이날 런던증시에서 5.44% 급락하며 7일 연속 떨어졌다. 유가 하락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유럽 중앙은행(ECB)이 금리를 동결하며 이탈리아, 스페인의 국채 매입을 시사하지 않은 것도 시장으로서는 큰 부담이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각각 0.1%포인트, 0.029%포인트 올라(국채가격 하락) 6.195%, 6.284%를 기록하며 ECB 조치에 실망감을 표했다.

이에 따라 유럽의 변동성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ECB의 결정으로 유럽 은행들이 최고의 안전자산 '현금' 확보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유출, 매도가 촉발됐기에 유럽의 변동성에 증시의 항뱡이 달렸다는 분석이다.


인덱스 퓨처그룹의 잭 부르지앤은 "유로존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면서 이는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추가하락? 저가매수 기회?=다우지수 등이 올 고점 대비 10% 하락한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구피트레이더스닷컴의 대릴 구피 최고경영자(CEO) "헤드앤숄더 패턴이 지난 3일 다우에 나타난 상황에서 다우가 1만6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S&P와 나스닥 전망치는 4일 종가보다 각각 250포인트, 60포인트 하락한 2300, 1140까지 내다봤다.

헤드앤숄더 패턴이란 왼쪽 어깨가 만들어진 후 그보다 높은 고점에서 머리가 만들어지고 다시 정점보다 낮은 수준에서 오른쪽 어깨가 형성되는, 전형적인 하락 반전형 패턴을 말한다.

그는 지금이 저가매수 시기라는 분석에 대해 "싼 주식을 사려면 몇주 더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단기적이라는 단서를 달고 저가매수 기회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론더앤푸에스트 캐피탈 매니저의 다지 도날드는 "증시 상승 변동성이 매우 크다"면서도 "랠리는 집중적이고 매우 짧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책마련 지지부진=전날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위원장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 유로안정기금(EFSF)의 모든 요소를 재평가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4400억유로 규모의 EFSF 자금은 그리스 등의 구제만으로도 한계에 봉착한다. 일각에서는 자금 규모가 현재보다 2~3배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절차 완료에는 최소 수주 이상 걸리고 일부 국가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독일 재무부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합의 내용을 내놓은지 채 2주만에 다시 EFSF 관련 논의를 재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의 장 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재정 위기에 처한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매입을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 카드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계획은 통화정책 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되지 않았고 이탈리아, 스페인 국채 매입 계획을 언급하지 않아 시장에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

버렌버그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홀거 슈미딩은 "ECB는 좀더 설득력 있게 나설 기회를 놓쳤다"며 "현재 키는 ECB가 실제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시장에서 어느 정도 규모로 개입할 수 있는지 여부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리더십은 어디에?=유럽 정상들과 경제기구 수장의 발걸음은 분주하지만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스페인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자파테로 총리는 예정된 휴가일정을 급하게 미루며 각료와 의회지도자들을 연쇄 접촉하며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 3일 의회에 출석, "이탈리아 펀더멘털은 건전하다"며 "시장이 이탈리아 국가 위험을 잘못 평가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지만 구체적 대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 4일 드리셰 총재와 의견을 나눈 뒤 5일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와 차례로 전화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번 채무 위기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개됐기 때문에 통화완화정책과 관련해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또 재정난을 겪는 정부들의 경우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쓰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리더십을 통한 시장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고 지적되고 있지만 유로존 경제 3,4위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디폴트에 빠질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도 불안이 다시 불안을 낳는 형국만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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