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미국경제를 보는 비관적 시각

머니투데이 이상묵 삼성생명 보험금융연구소 전무 2011.07.1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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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미국경제를 보는 비관적 시각


미국의 고용지표가 시장의 예상치보다 크게 나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경제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라도 경청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미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는 2000년대 들어 미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소비가 당분간은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소비의 증가로 미국의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75~2000년 평균 67%에서 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72%까지 상승했다. 문제는 이런 소비 증가가 소득 증가가 아니라 차입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의 가계부채는 주택가격 버블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미국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는 1990년대 말 90% 수준에서 2007년에는 133%까지 상승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소비자들은 주택가격의 상승분을 모기지대출로 빼내 소비에 충당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택버블의 붕괴로 앞으로는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 빚을 내서 소비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늘려 빚을 갚아나가야 한다. 그 결과 앞으로 3~5년은 미국 경제가 소비부진으로 인한 성장의 둔화를 겪을 것으로 본다.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런 견해는 미국의 소득분배 악화에 주목한다. 미국에서 상위 1% 소득계층이 국민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공황 직전인 1928년에 23%까지 상승했다가 대공황 이후 뉴딜정책과 같은 일련의 중산층 확대 정책에 힘입어 1970년대 말 8% 수준까지 내려갔으나 1980년대 이후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2007년에는 대공황 직전의 수준인 23%로 회귀했다고 한다.



비관론자들은 대공황과 이번의 금융위기가 모두 소득의 집중도 심화와 그로 인한 총수요의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본다. 부유층은 소득에서 소비에 지출하는 비중이 다른 계층에 비해 낮기 때문에 부유층으로의 소득집중은 구조적인 총수요 부족현상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빚을 내서 소비하는 현상이 만연한 것도 실질소득이 정체된 중산층이 부유층의 소비패턴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견해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대공황 이후 취한 뉴딜정책에 버금가는 중산층 확대정책을 도입해서 지속 가능한 소비수요 기반을 확충하지 않으면 위기의 근본적인 치유와 장기적인 불황의 방지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미국의 소비지출 규모는 위기 직전인 2007년 기준으로 9.6조달러로 세계 GDP의 19%에 달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이 미국에 제품을 팔아 성장을 유지해 왔다. 미국과 관련한 이러한 비관적 분석이 현실화된다면 미국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을 대안으로 기대하는 견해가 있으나 대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하면서 세계의 시장 역할을 해온 미국과 대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하면서 경쟁국의 산업을 공동화시키는 중국은 세계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주택과 연계된 대규모 가계부채라는 미국과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미국 경제의 둔화에 따른 세계 경제의 성장둔화가 결합된다면 감당키 어려운 큰 파장이 야기될 수 있다. 또 미국에서 부유층으로의 소득편중현상과 관련해 정치·사회적인 갈등이 표면화되면 소득분배지표가 아직은 미국보다 훨씬 양호한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확산될 수도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을 곱씹어 보고 그 파급효과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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