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돼지가 은행 터는' 나라에 투자하기

머니투데이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센터 초빙연구위원 2011.07.1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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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돼지가 은행 터는' 나라에 투자하기


올들어 중국 금융가에는 월례행사와 한 달 걸러 한 번 하는 행사가 있다. 매달 하는 것은 지준율 인상이고 격월로 하는 것은 금리인상이다. 지난 6월에도 지준율을 예외 없이 올렸고 얼마 전 금리를 또 인상했다. 금리는 모든 자산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에 금리가 변하면 모든 자산가격이 달라지고 금융시장은 난리가 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지금 중국 금융시장은 금리를 올리든, 지준율을 인상하든 무덤덤하다. 도대체 중국의 금융시장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중국이 격월로 금리를 올리고 매달 지준율을 올리는 것은 '돼지'와 '뜨거운 돈'(hot money) 때문이다.

중국의 CPI 구성요소 중 가장 큰 항목은 '먹는 것'이다. 중국은 예부터 의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소위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먹는 것을 중시한다. 진시황이 먹으면 늙어 죽지 않는다는 불로초를 구하러 사람을 남쪽으로 보낼 정도로 중국은 먹는 것에는 못말리는 나라다. 발 달린 것은 책상만 빼고, 날개 달린 것은 비행기만 빼놓고 다 먹는다.



계획경제시대에 만들어진 소비자물가의 구성항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식품이다. 먹을거리와 담배 술을 합친 소위 '입으로 들어가는 것'의 비중이 34%나 된다. 그러다보니 중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면 물가가 두자릿수로 가버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몇해 전에 돼지 수천만 마리가 전염병이 돌아 죽자 물가는 두자릿수로 올라가 버렸다. 그러자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돈이 은행을 빠져나와 주식과 부동산으로 가버리는, 소위 말하는 '돼지가 은행을 터는 일'이 발생했다.

지금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과 채소류 가격은 왕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 때문에 속등했다. 돼지고기 가격이 11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물가가 5월에 5.5%에서 6월에는 6.4%에 달했다. 중국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3.5%선이다. 마이너스금리가 2.9%대에 달한다. 물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중국의 금리인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매달 지준율을 올리는 것은 핫머니 때문이다. 내외 금리차,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은 매달 500억∼6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이 늘고 있다. 중국은 지준율을 0.5%포인트 올리면 3700억위안(달러 570억달러)을 흡수하는 효과를 갖는데 여기에 중앙은행이 채권을 발행해 매달 들어오는 핫머니로 인한 물가상승을 막고 있다.

그리스사태가 진정된 이후 전세계 주가가 속등하자 투자자의 관심은 다시 중국으로 쏠리고 "하반기는 중국투자"라는 주장이 넘쳐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부동산 버블로, 지방정부의 부채위기로 3년을 못넘기고 망할 거라는 주장이 넘쳐났다. 그런데 갑자기 왜 중국투자 유망론이 등장할까?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을 했지만 세계시장과 달리 2년 연속 주가가 하락한 덕분에 예상 PER가 13 정도밖에 안될 정도로 저평가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회주의국가 중국에서는 증시 저평가가 문제가 아니고 정부의 관심이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중국 정부의 관심은 공표물가보다 부동산 가격 안정에 가 있다. 부동산 과열이 잡혀야 정부가 진정한 긴축완화를 한다. 또 지금 중국 정부는 돈줄조이기를 연초부터 지속해 실질유동성이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상태다. 시중에 돈이 없다는 것이다. 유동성이 약한 장에서 저평가 매력은 새로운 유동성 공급이 없으면 의미가 반감한다.


기저효과 때문에 하반기에 중국 물가는 하락하겠지만 공표물가 하락이 반드시 투자타이밍은 아니다. '실질적인 긴축완화의 조건'과 '실질유동성이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야' 증시가 깨어날 수 있다. 하반기 중국시장은 상반기보다 상황이 나아보이지만 지수는 크게 오를 것 같지 않다. 중국시장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초대형기업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PER가 낮아보이는 것이다. 한국의 포스코, 삼성전자 등이 PER가 높아서 주가가 못오르는 것은 아닌 것처럼 중국도 시장이 아니라 섹터가 중요하다.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는 7대 신성장산업과 내수확대 수혜업종을 선별적으로 잘 골라야 할 것 같다. 예를 들면 중국 희토류금속업종의 주가는 신소재분야 육성 기대감으로 상반기에만 배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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