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머니위크 강동완 기자 2011.07.1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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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년 전에는 인스턴트커피인 믹스커피 또는 자판기 커피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스타벅스를 비롯한 외국계 대형 커피전문점과 카페베네, 할리스커피 등의 국내 커피전문점을 떠올리게 된다.

또한 커피전문점의 브랜드 이름뿐만 아니라 스타벅스가 이야기한 ‘제3의 공간’, 카페베네의 ‘유럽풍 와플, 젤라또 전문점’ 등 각 브랜드의 콘셉트도 같이 떠오르게 된다.



스타벅스가 이야기한 제3의 공간에서부터 유럽의 문화와 그곳의 대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공간까지 현재의 커피전문점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하느라 정신이 없다.

두 번째 이야기인 ‘커피전문점의 변화는?’에서는 이처럼 브랜드에 이야기를 담고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현재의 시점에서 국내의 커피 역사에 비추어 커피가 어떻게 변화되고 존재해 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 “이야기 하는 음료, 커피“
국내 커피음료는 1896년 러시아 공사관(고종황제)을 통해 처음 소개된 이래 각 시대적 배경과 소비형태에 따라 특정한 문화를 창출해 왔다.

국내 최초의 커피숍은 1902년 독일사람 손탁(Song Tag)이 설립한 손탁호텔 1층에 있었으며 현재의 호텔 로비커피숍의 성격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손탁호텔의 고객은 내외국인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이 주였으며 사교 및 친목의 공간이었으며 이곳을 통해 조선의 대중들에게 커피가 전파되기 시작하였다.

그 후 1960년대에는 ‘다방’이라는 공간에서 다방문화를 창출하였으며, 1970년대에 등장한 인스턴트커피인 커피믹스가 일상행활 깊숙이 들어오는 계기가 되어 커피가 국민음료로서의 모습을 띄게 되었다.


1980년대에는 커피자판기의 출현으로 또 그 나름의 생활양식을 창출하게 되었다. 커피 자판기 앞에 모여 직장 동료, 친구, 연인과 이야기하는 광경은 하나의 문화적 요소로, 커피자판기의 보급과 함께 대중화 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국민소득의 증가로 해외여행을 하는 국민이 증가하게 되고 해외여행 시 경험한 원두커피에 대한 소비욕구가 커지자 에스프레소라는 생소한 커피를 필두로 한 커피전문점이 등장하게 되고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스타벅스의 국내 진출로 믹스커피에서 품질과 분위기라는 새로운 커피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커피를 기반으로 한 ‘Take-out 커피전문점’들이 수도 없이 생겨났고, 이는 인스턴트커피와 더불어 한국 커피의 대표적인 커피 문화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커피를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으며 유행에 민감한 20, 30대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이미지와 아이템으로까지 생각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커피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수단으로서 ‘커피한잔하자’는 ‘우리 이야기 하자’와 같은 맥락이었으나 이제는 자신을 표현하고 나타내는 감성적 우월감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처럼 ‘다방커피-믹스커피-자판기커피-에스프레소(Take-out)“ 등 커피의 상용화 형태에 따라 커피는 그 나름의 생활양식을 창출하고, 이미지를 생산해왔다. 즉, 커피라는 제품은 음료로서의 기능적 측면뿐만 아니라 커피와 관련된 생활양식과 문화를 창출해내는 면모를 보여 온 것이다.

따라서 국내 커피의 역사를 살펴볼 때 커피가 의미하는 키워드는 바로 ’이야기 문화, 문화적 감성‘이라 할 수 있다.

◇ “커피와 관련된 문화적 감성은 현재도 유효 한가?”
Take-out 커피가 처음 등장하였을 때에는, 소비자들이 고급화된 커피를 마시고,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으며, 커피전문점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코피스족’은 감성적 우월감의 대상이었다.
커피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그러나 점차 에스프레소 커피가 대중화되고 다양한 커피브랜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감성적 우월감에 대한 소구력은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또한 2000년대 후반의 금융위기 이후 감성적인 소비보다는 이성적인 소비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기존의 커피가 가지고 있던 감성적 우월성은 더욱더 약해지게 되었다. 이제 커피는 감성적인 우월감 보다는 음료로서의 역할과 이야기를 하기 위한 매개체적 역할이 더욱 강해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커피의 대중화로 다양한 커피를 경험하게 되고, 커피전문점들의 경쟁으로 인해 커피의 품질과 맛이 평준화 되면서 더 이상 커피 자체 만으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진 것이다.

이는 고객의 커피전문점 선택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커피 맛이 총 14개의 항목 중 7번째에 위치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커피 자체를 중심으로 한 차별화 전략은 더 이상 차별화 적인 요소라 할 수 없게 되었다. 고객은 커피 이외의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더 원하거나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고객의 욕구가 변화됨에 따라 커피전문점들은 운영형태 및 메뉴 등의 다양화를 통해 ‘커피는 기본, 다양한 서비스 제공’의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 또한 코스피족의 등장과 이성적인 소비가 늘어나면서 커피전문점에서 커피와 함께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층의 중요성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감성마케팅으로 승부하던 커피전문점들을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스타벅스 한잔에 된장녀 운운하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었으나 더 이상 사람들은 원두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며 된장녀, 된장남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과포화 시장(2011년 7월 6일자 기사 참조)이라 하지만 매년 10%이상 성장을 하고 있는 커피전문점 시장은 커피를 벗어나 새로운 형태로 변화되고 있어 ‘커피전문점 시장은 이제부터’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성장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점점 경쟁이 치열해 지는 만큼 새로운 형태의 브랜드들이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고 앞으로도 새로운 커피 문화는 탄생할 것이다. 커피를 중심으로 한 커피전쟁은 끝났다. 이제는 ‘커피+∞’의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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