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의 승부수…저축銀 全數조사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11.07.0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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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중 더 이상 영업정지는 없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 2월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방침을 밝히면서 한 말이다. 그 시한이 지났다. 이제 하반기다. 구조조정이 추진됐고 돈도 마련됐다. 부실채권도 많이 사들였다.

그런데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부동산 관련 대출 중심의 영업 구조는 그대로다. 연체율은 높아졌고 수익성은 악화됐다. 시장에선 '9월 위기설'이 공공연히 나돈다. 저축은행의 성적표가 나오는 시점이 이 때다. 금융당국도 이 시점을 미룰 수는 없다. 어떤 식으로건 '정리'를 해야 할 때가 다가왔다는 얘기다.



문제는 '충격'이다. 당국이 '메스'가 아닌 '청진기'만 들어도 놀라고 우는 게 지금의 시장 상황이다. '신뢰'가 사라진 탓이다. 우량저축은행이건 부실저축은행이건 모두 '한 묶음'으로 평가된다. 특정 저축은행의 이름만 거론돼도 돈을 찾겠다는 고객들로 붐빈다.

이런 상황에선 간단한 수술조차 어렵다. 그래서 당국이 꺼내든 게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일괄 경영 진단 카드다. 한마디로 하면 '전수 검사'다. 예외 없이 모든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해 보겠다는 거다. 투입인원만 340명이다. 지난 199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인데 10여년전과 시장 규모를 비교하면 사실상 전무후무한 일로 평가된다.



금융당국은 당초 하반기 검사가 예정됐던 47개사에 대해서만 1차로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우량저축은행부터 순차적으로 하는 방식도 고민했다. 시장이 감내할 수 있겠냐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결국 '일괄'로 결론을 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저축 은행에 대해서만 경영진단을 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한번에 평가해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는 학습 효과에서 기인했다. 우량저축은행도 부실과 전혀 관계없는 소식으로 '뱅크런'이 일어난 것을 보면서 얻은 교훈이다.

김석동 위원장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도 발휘됐다. 저축은행 사태 초기부터 '단계적' 접근보다 '일괄 처리'를 누차 강조해 온 그답게 '일제 점검'을 밀어붙였다. 금융당국 내부에선 "과감한 승부수"란 말까지 나왔다. '경영 진단'을 책임질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뚝심'도 한몫했다.


경영진단 이후 구조조정의 틀을 보면 많이 본 듯 한 그림이다. 건설사·기업 구조조정 방식과 유사하다. 신용위험평가는 경영 진단과, 경영개선계획은 자구책 마련과 비슷하다. 유동성이 부족한 건설사에 돈을 대 주는 것이나 금융안정기금을 통해 정상저축은행에 실탄을 넣어주는 것도 다르지 않다.

기준에 미달하면 '퇴출' 수순이 불가피하다. 시점은 진단서가 나온 뒤인 4/4분기다. 다만 가급적 살리겠다는 게 이전과 달라진 기류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가 안 되더라도 최장 1년까지 기회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하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핵심은 연착륙"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괄 경영 진단'의 핵심은 무엇보다 신뢰 회복에 있다. 저축은행이 작성 중인 '성적표' 대신 당국의 '진단서'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최소한 '괜찮은' 저축은행은 더 이상의 루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어차피 한번은 치러야할 것 아니냐"면서 "건강검진을 받고 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치료가 필요한 사람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시장의 반응이다. 금융당국은 "9월말까지 부실을 이유로 한 영업정지는 없다"고 공언했다. '상반기'에서 3개월 연장된 셈이다. 다만 '진단서'가 나올 9월말까지 시장이 버텨줄 수 있느냐가 문제다. 이번 당국의 조치를 '건강 검진' 정도가 아닌 대대적 수술의 신호탄으로 인식하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금융당국이 금융안정기금으로 '실탄'을 마련키로 하고 가지급금을 4500만원으로 올리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객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가지급금도 가능한 최대 범위까지 늘렸다"며 "과도한 예금 인출만 없다면 금융당국이 밝힌 구조조정 방향에 맞춰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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