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 '첫눈' 매각, 경험이 벤처보는 눈 키워"

머니투데이 이현수 기자 2011.06.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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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기획] 88만원 세대를 88억원 세대로

■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 인터뷰

장병규 대표는 "한번 도전하고 치울 바에야 벤처 창업은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실패를 해봐야 성공도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그는 "최소 세번 정도 기회가 있는 20대의 창업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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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규 대표는 "한번 도전하고 치울 바에야 벤처 창업은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실패를 해봐야 성공도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그는 "최소 세번 정도 기회가 있는 20대의 창업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엔젤투자도 벤처 해본 사람이 해야…."

네오위즈와 검색엔진 첫눈 창업자인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는 "창업을 해서 상장이든, 매각이든 벤처 사이클을 한번 돌려본 사람이 엔젤투자자로 나서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4월 엔젤투자 전문회사인 본엔젤스를 설립해 초기기업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에 실리콘밸리와 같은 엔젤투자자가 없는 이유는.
▶엔젤이 되려면 본인이 벤처 경험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벤처 역사가 15년 정도이니깐 이제야 권도균(이니시스 창업자) 프라이머 대표와 같은 분(벤처 경험이 있는 엔젤투자자)들이 나오는 것이다. 권 대표나 나나 산전수전 다 겪었다. 경험에서 나오는 '보는 눈'이 있어야 엔젤 투자를 할 수 있다. 돈만 있다고 엔젤투자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조언이 더 중요하다.

-실리콘밸리 창업가들은 기업매각을 성공의 잣대로 보던데.
▶우리와는 성공을 보는 눈이 다르다. 우리는 자기 회사라는 정서가 강해서 동업도 안되고 회사매각을 보는 시선도 좋지 않다. 그러던 게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첫눈을 2000년 매각했으면 욕 많이 먹었을 거다. 2006년 매각 때도 '한국기술 발전시켜야지 왜 매각하느냐'는 비판이 있었다.(그는 당시 350억원에 NHN에 매각했다. 장 대표가 좀 순화해서 그렇지 당시 '벤처 정신의 몰락'이라는 등의 원색적 비난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젊은 친구들을 만나보면 인수합병(M&A)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M&A 활성화 같은 출구만 활성화되면 엔젤이 절로 생기나.
▶엔젤투자가 부족한 건 M&A가 생태계에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자금 회수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M&A가 활성화되려면 벤처기업을 사줄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사줘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게 엔젤투자자의 몫이다. 창업자들에게만 맡겨서는 곤란하다. 투자자와 창업가가 함께 움직여야 벤처생태계가 돌아간다.

-한국에서 벤처캐피탈과 엔젤투자 가운데 어느 역할이 더 중요한가.
▶지금 벤처캐피탈은 충분히 역할을 해주고 있다. 다만 엔젤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여지를 더 만들어 줘야 한다. 벤처캐피탈은 보통 5억원 이상 투자하는데, 창업한 친구들 만나보면 5억원 모자라서 일 못하는 게 아니다. 1억원이 모자라서 못한다. 지금은 엔젤투자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맞다.

-청년창업의 적기는 언제인가.
▶학생창업은 무조건 좋다. 잃을 게 없기 때문이다. 20대 창업은 빚만 지지 않으면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망해도 3번 정도는 도전할 수 있다. 3번 정도면 성공 확률이 높다. 미국 스탠포드대에서도 제일 똑똑한 사람이 창업을 한다. 그 다음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취직하는 거다. 창업을 해서 구글이나 페이스북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30대 중반 넘어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원래 자리로 돌아오기 힘들다.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얘긴데 이런 회사가 세상에 어디 있나. 30대 넘어 창업하겠다는 사람이 오면 배우자 직업을 물어본다. 실패하면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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