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삼부토건 법정관리 무엇을 남겼나

더벨 이승우 기자 2011.06.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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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사업 대부분 정리, '법정관리 허점' 교훈

더벨|이 기사는 06월28일(15:46)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두 달 보름 만에 법정관리를 철회한 삼부토건 (1,605원 ▼122 -7.06%). 골치덩이였던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연장과 75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수혈 받았다. 이 자금으로 문제가 됐던 대부분의 PF 사업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워크아웃에 준하는 대주단 협약에 가입함으로써 경영 자율성이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알짜 자산으로 여기며 극도의 애정을 보였던 르네상스호텔도 매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금융시장에서는 삼부토건 사태로 PF 시장의 추가 경색을 우려하고 있다.

PF 사업 대부분 정리한다..한화건설 500억 벌었네



토목 위주의 사업을 하던 삼부토건이 민간주택 PF 사업에 적극 뛰어든 건 2000년대 초반. 법정관리 신청의 트리거가 됐던 헌인마을 사업 역시 2002년 토지 매입으로 시작됐다.

이렇게 벌인 사업이 헌인마을을 제외하고도 카자흐스탄과 파주 운정·경기도 덕소 지구 아파트 사업 등이다. PF 잔액으로만 보면 1조원(중첩보증 포함)에 육박했다. 이 사업을 대부분 정리할 수 있는 자금을 르네상스호텔 담보로 지원받게 된 것이다. 목적을 어느 정도는 달성한 셈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삼부토건이 기존 진행하던 PF 사업과 토지 등을 모두 정리하면 3000억원 정도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행된 채권과 기업어음(CP)도 모두 상환한다"고 덧붙였다.


헌인마을 PF는 만기 연장을 했으나 기존 사업을 그대로 진행할 가능성은 낮다. 타운하우스를 짓는 게 기존 계획이었으나 분양가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을 맞출 수 없다는 게 채권단과 삼부토건의 공통된 견해다. 인허가 이후 토지를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주목되는 것은 김포 풍무 사업. 기존 한화건설과 공동 시공을 하고 있었으나 삼부토건은 이 사업에서도 손을 떼게 됐다. 대신 500억원 규모의 손실분담금을 내야했다. 중첩보증을 한 사업장이나 두 시공사가 별도 계약에 근거한 셈법이다. 한화건설 입장에서는 해당 사업장에서 삽을 뜨기도 전에 500억원을 거머쥔 셈이다.

더 아쉬웠던 채권단‥법정관리 제도 허점 지적도

삼부토건이 지난 4월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채권단과 업계 등 대다수가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었다. 그 정도로 재무 상태가 나쁜게 아닌데 '왜 그랬을까' 의아했다.

일부에서는 경영권 다툼으로 인한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분석도 했고, 또 한편에서는 법정관리 제도의 허술함을 이용해 부실을 털어내고자 하는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했다. 헌인마을 PF 만기 연장을 놓고 담보 쟁탈전에 나선 대주단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판단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긴 했다.

결국 금융회사들은 뒤통수를 맞게 됐다. 르네상스호텔 등 보유 자산이 수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법정관리는 날벼락이었던 셈이다.

때문에 상황은 급반전됐다. 이제는 금융회사들이 삼부토건을 설득해 법정관리에서 끄집어 내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했다. 이 과정에서 삼부토건은 협상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이제 더 아쉬운 건 삼부토건이 아닌 채권단이 됐기 때문이다.

삼부토건의 협상력을 단적으로 보여줬던 대목은 금리였다. 헌인마을 PF 만기 연장이 어느 정도 가시권에 들어오자 전액 이자 면제를 요청했다. 당황한 채권단은 이를 적정 수준에서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온 것이 ABCP 2%, 론 4% 금리다.

또 1년 내 르네상스 호텔 매각을 하라는 채권단의 요구를 뿌리치고 그 기한을 2년으로 늘렸다. 금융비용이 450억원 달하지만 매각 기한을 정할 경우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정관리 철회에 대해 채권단과 감독당국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삼부토건은 협상에 있어 상당히 공격적이었다"고 전했다.

때문에 경영권에 큰 침해를 가하지 않는 국내 법정관리 제도 자체의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법정관리시 감자 등을 통한 경영권 교체 등 확실한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도 있다.

한편 진흥기업과 LIG건설 등과 함께 삼부토건 사태로 인해 PF 조달시장은 더욱 경색됐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삼부토건의 채권 신용등급이 BBB+이었는데 이 등급의 건설사들은 향후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부토건이 법정관리를 철회하도록 감독당국도 채권단을 통해 적극 독려했는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PF 시장의 경색을 우려해서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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