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할리' 모터사이클을 정비한다고?

머니투데이 최인웅 기자 2011.06.1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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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동노 할리데이비슨코리아 대리, 17세에 정비사로 입사해 올해 11년차 된 마스터

↑김동노 할리데이비슨코리아 대리↑김동노 할리데이비슨코리아 대리


"거기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요?"
 한 고등학생이 할리데이비슨코리아를 찾아가 다짜고짜 담당 매니저에게 물었다. 그는 1년 정도 끈질기게 입사에 대한 포부를 밝혔고 담당 매니저는 나이에 비해 모터사이클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열정까지 넘쳤던 이 고등학생을 결국 졸업하기도 전에 입사시키게 된다.

 올해 할리데이비슨코리아 입사 11년차인 김동노 대리(28세) 얘기다. 이제는 어엿한 선임정비사가 된 김 대리는 나이는 어리지만 경력과 열정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어려서 더 용감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할리데이비슨 코리아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거든요. 고등학교 때 모터사이클이 나오는 영화는 다 봤는데 할리데이비슨이 제일 멋있더라구요"

 그가 할리데이비슨을 점찍은 이유다. 하지만 학생에서 직장인이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입사한 터라 회사에서는 당연히 막내였다. 정비를 배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정비 매뉴얼은 모두 영어로 돼 있어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김 대리는 8년 전 처음으로 할리데이비슨 엔진을 정비하게 됐을 때를 잊지 못한다. 처음엔 어디가 잘못됐는지 원인을 찾을 수 없었고 엔진은 계속 작동하지 않았다. 김 대리는 새벽 2시까지 홀로 정비실에 남아 엔진을 여러 번 분해하고 조립하기를 반복했다. 결국 움직이지 않던 엔진은 작동을 하기 시작했고 그 때 느꼈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정비사란 직업이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에요. 11년간 할리데이비슨만 다뤄왔는데 아직도 처음 보는 경우가 생겨요. 변수는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항상 대비하고 준비해야죠"

 할리데이비슨에는 'PHD(Professional Harley-Davidson)'라는 정비사 양성 프로그램이 있다. 할리데이비슨에 근무하고 있는 정비사들이 전문적인 기술로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마스터(Master), 엑스퍼트(Expert), 테크니션(Technician), 스탭(Staff) 등 총 4개 레벨로 나뉜다. 김 대리는 이 중 가장 높은 '마스터'다. 마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으로 강의를 들어야 하고 교육 과목도 70여 개에 이른다. 현재 할리데이비슨 코리아에서 마스터 단계에 있는 사람은 김 대리를 포함해 단 3명뿐이다.

 그의 부모는 할리데이비슨과 모터사이클에 대한 아들의 열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처음에 모터사이클 관련 일을 하겠다고 말했을 땐 반대도 많이 하셨죠. 하지만 제가 너무 확고하니깐 어느 순간부터 저를 이해해 주기 시작했고 지금은 새벽기도까지 다니시면서 저의 안전과 성공을 기원해 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할리데이비슨 전문가' 김 대리에게 모터사이클을 잘 다루는 법을 물어봤다. "무작정 달리지 말고 모터사이클 작동 원리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사고 없이 안전하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터사이클이 내가 원하는 어느 곳이든 나를 데려다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는 것도 중요해요. 차도 그렇지만 새 것처럼 모터사이클을 오래 유지하려면 라이딩 후 반드시 세차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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