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는 박카스 하나라도 풀어라고 하는데 박카스 안 먹는다고 피해 오는 것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논리가 이상해진다. 약물 오남용을 부추겨 산업을 키우겠다는 건가" (진수희 복지부 장관, 5월31일 복지부 기자단 간담회)
9일 관련업계와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약국에서만 팔 수 있는 일반의약품 가운데 20여 개 품목을 약국 외에서도 팔 수 있는 의약외품으로 재분류하는 안을 실무적인 수준에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박카스 등 자양강장제와 까스활명수 같은 액상소화제류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자양강장제들은 피로회복제로 손쉽게 마시지만 엄연히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 박카스의 경우 카페인이 30mg 함유돼 있어 약국에서만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약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양강장제로 약국이 직접 얻는 수익은 그리 크지 않다. 자양강장제 1병에 붙는 마진은 50~100원 수준. 대형 약국의 경우 원가 그대로 파는 경우도 많은데 자양강장제를 통해 다른 약도 싸다는 이미지를 주려는 전략이라고 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특히 자양강장제 구매를 통해 추가적인 제품판매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자양강장제의 유통경로가 확대될 경우 아무래도 약국을 찾는 손님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 또 자양강장제가 의약외품으로 풀리기 시작되면 다른 품목에 대해서도 의약외품 전환 압박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약사단체의 반발이 거셀 수도 있다.
한편 자양강장제제의 약국외 판매가 시작될 경우 일부 제약사가 혜택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우리보다 앞서 자양강장제를 자유롭게 팔게 한 일본의 선례를 참고한 것이다. 일본은 1998년 자양강장제의 슈퍼판매를 허용했고 시장규모는 1997년 1014억엔에서 2005년 1300억엔으로 22% 증가했다. 가격경쟁으로 가격이 인하됐으나 접근성이 좋아진 덕분이다.
김혜림 현대증권 연구원은 "박카스는 연간 3억5000만병 정도 팔리는데 약국외판매가 이뤄지게 되면 판매량이 지금보다 50%정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련 제약사들은 조용히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회사 한 관계자는 "자양강장제 약국외 판매가 허용되면 유통채널이 다양해져 많이 팔릴 수도 있다"면서도 "단가압력, 추가적 마케팅비용 부담, 그동안 안정적이었던 약국판매망의 붕괴 등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